기는 무형, 무색이나 과학적인 측정기구로서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다만 기의 생성、성분、공능 및 변화는 하나의 완전한 이론으로 구성하지 못한다. 고래로 기공에 관한 서적은 많으나 대부분 수련 경과적인 체험이 없으며 읽어도 근본적으로 깨닫지 못한다.
가령 《주역참동계》로서는 한평생을 연구해도 그 깨달음의 문에 들어가지 못하며 또한 도가 경전은 고금의 학자의 주해가 있으나 만일 그중에 내용 부분을 글자 그대로 억측하면 어떤 때는 소머리가 말대가리로 바뀌는 것을 면하지 못한다.
고인은 이르길 「거짓으로 전하는 만 권의 서적 중에서 진실되게 전하는 것은 한 마디의 말 뿐이다」라고 하였다. 비록 수행에 관련된 책이 산같이 쌓여 있으나 다만 서적 중에서 기공을 확실하게 이해하기를 바라면 도리어 상당히 곤란한 일이다.
그들 서적 중에는 수수께끼 같은 말이나 암시적인 비유가 매우 많아서 깨닫기가 난해하며 상세한 설명이 부족하다. 또한 기공 문헌 중에는 추상적인 문구가 충만하고 체증(體證)은 흠결되었으니 설령 서적을 읽어도 머릿속에서 구체적인 개념을 창출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외에 가장 유감스러운 것은 그 핵심은 말로 주고받고 마음으로 전하여 서적에는 이러한 심법을 기록하지 않았는데 이 심법은 왕왕 기공을 수련하는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된다. 소위 강호에서 한 점의 법술은 사부가 법술을 말한 후에 왕왕 듣는 자가 문득 크게 깨닫은 것이다. 비록 원래 이 법술이 매우 간단하더라도 다만 자기 스스로 직접 연구하면 한평생이 걸려도 깨닫지 못한다.
예로부터 기공은 허다한 사람들이 일생 동안 연마하는데 뜻을 두었으며 하물며 또한 각 문파 간에 서로 서열을 다투고 있다. 그리하여 자가 문파가 고심하여 창안한 공법을 만일 다른 사람이 배워서 달아나면 마치 현대 기업에서 기밀기술을 훔쳐서 외부로 유출하는 것과 같으니 절대로 이를 묵인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로 인하여 명문정파의 비결은 모두 비밀리에 보존하며 단지 극소수의 제자에게만 전수하거나 혹자는 자식한테는 전하나 며느리한테는 전하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문파는 저서로서 학설을 세워 대중에게 알리는 것을 엄격하게 금하였다. 이와 같이 되니 오랜 세월이 흐르고 인사가 변천되면 비결은 한편 실전된다.
고서를 제외하고 근대에 시정에서는 허다한 기공서적이 출판되었으며 또한 많은 사람들이 서점에서 기공서적을 구입한다. 그러나 만일 저서 중에 있는 방법이 단지 간단한 호흡토납적 방법 혹은 각양각색의 도인동작이면 이를 곧 잘못 연습하고 있더라도 오히려 크게 의심하지 않으며 사실상 큰 피해는 없다.
그러나 비교적 높은 단계의 공법은 만일 밝은 스승의 가르침이 없이 단지 서적 중의 방법을 참고로 하여 수련하면 이는 상당히 위험하다. 이는 매 개인의 천부적인 재능과 체질이 같지 않으니 한결같은 공법은 수련으로 인한 결과가 사람마다 같은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 연공적인 관규(關窺)는 곧 무형적이니 경락도(經絡圖) 상의 근본은 찾지 못한다. 그리하여 단지 서적으로 연공하면 마치 맹인이 눈 먼 말 위에 올라타고 달리는 것과 같은 위험에 직면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