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중국에 가서 어느 지방의 길거리를 거닐고 있었는데 어떤 행상이 니어카에 불상을 가득 싣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고 하다가 문득 시야에 들어오는 특이한 조각상을 보았다. 다소 기괴하게 생긴 아주 작은 인물상인데 누군데 조각하여 파는 걸까? 여태 온화하고 근엄한 불상만 보아오다가 그런 인간 조각상을 보니 호기심이 동하였으며 또 왠지 마음이 끌린다. 얼마냐고 물으니 50달러라고 한다.
마음속으로 “혹 20달러를 불러보고 아님 말고….불상도 아니고 누군지도 모르는 인간 조각상을 굳지 구매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생각하며 20달러를 외치니 안된다고 손을 흔들길래 그냥 지나가는데 곧바로 부른다. 그리하여 다시 가서 구매하였는데 도대체 누군지 궁금하여 어느 사찰에서 승려에게 물으니 바로 파드마삼바바 즉 연화생보살이라고 일러준다.
그 당시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국내에 귀국하여 서점에서 가서 책을 뒤져보니 비로소 그분이 누군지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박물관에 가니 그 길거리 리어카에서 잡화같이 팔고 있던 바로 내가 구입한 그 파드마삼바바 불상이 당당하게 한구석을 차지하며 유리관에 씌워져서 화려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티베트에서 제작되었다는 설명과 함께…. 아무리 비교해 보아도 내가 구입한 그 불상과 똑같으니 내가 소장하는 이 불상도 아마도 가품이 아니라 진품이리라.
이것이 파드마삼바바와의 첫 인연이었으며 그 후에 그 분의 가피력으로 티베트를 허가증 없이 소위 노퍼밋으로 무사히 다녀오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라사에 있는 유명한 포탈라궁이나 조캉사원보다는 오히려 시가체의 타쉬룬포사원이 더욱 정취가 있었다. 또한 계속하여 인연이 이어지며 달라이라마를 친견하였고 인도의 레왈샤르 파드마삼바바 수행동굴을 방문하였으며 최근에는 닝마파가 주도하는 시킴을 다녀오게 되었다.
시킴의 전 불교성지 중에서는 타시딩에 소재하는 타시딩사원 내의 스투파가 가장 영적인 기운이 강하였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많은 스투파들 중에 마음에 드는 한 스투파 앞에서 결가부좌를 하였는데 아마 그 스투파 주인과 전생에 인연이 있었든지 앉자마자 곧바로 삼매에 들어가며 강력한 에너지가 들어온다. 한동안 명상하다가 눈을 떠보니 어느새 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비록 비를 맞으며 홀로 앉아 있었으나 처량하기는 커녕 오히려 환희심이 솟구친다.
명상을 마치고 사원에서 걸어 내려오다가 근처에 있는 진언을 새긴 바위가 멋지길래 사진에 한번 담아 보았다.
사실상 세상에 우연은 없는 듯하다. 다만 그 당시에는 알지 못할 뿐 인연법에 의하여 생성되고 소멸되는 필연만이 존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