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 마날리에 머물먼서 공포에 직면하기 위하여(나는 엑티비티를 즐길 나이가 아니기 때문) 패러글라이딩을 시도하였다. 지프를 타고 높은 고지에 올라가서 낙하를 하려고 대기하는데 세찬 바람이 그칠 줄을 모른다. 20분을 기다린 끝에 바람이 다소 잠잠해지니 강사가 뛰어내리자고 한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잠시 후 헛발질을 하길래 내려다보니 공중이다.
그런데 우리가 공중에 떠 있으려니 또다시 강한 바람이 불어서 패러글라이더가 심하게 흔들리다가 나중에는 뒤집어지려고 한다. 강사가 불안하여 괜찮냐고 묻는다. 자슥 쫄긴…. 사고 나봐야 죽기 밖에 더하겠어? 내내 긴장이 되기 보다 오히려 시시하고 지루하며 졸리기까지 한다. 이건 나하고 안 맞나 보다.
그 후 마날리에서 저녁에 봉고차로 출발하여 거의 24시간을 달려서 밤에 레에 도착하였다. 레에서 1달을 머물면서 주변의 사찰을 빠짐없이 찾아다녔다. 레의 불상은 재질이 나무인데도 썩지 않고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아마 고지대라서 비가 오지 않는 탓이며 벌레가 없기 때문이리라.
사찰 방문을 위해 버스나 봉고차를 타고 근처에 내려서는 무한정 걷고 걸었지만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 관광 온 것이 아닌지라 편하게 자가용으로 다니 순 없지 않은가? 레의 사원들은 대체로 규모가 작지만 그곳에서 뿜어 나오는 기운은 어느 명산의 대찰 못지않다. 개보수한 흔적이 별로 없어서 매우 낡았으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일품이다. 그곳 스님이 어느 흐름한 방으로 안내하여 차를 한잔 권하는데 그때의 감미로운 차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마날리에서의 패러글라이딩이 불만족스러워서 해발 5,600m에 위치하는 카르둥라에서 자전거로 레 시내까지 내려왔는데 내리막길을 주로 절벽 쪽에 붙어서 달렸다. 불시에 돌이나 장애물이 있으면 절벽 아래로 떨어지리라. 무모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어차피 죽고 사는 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겠는가? 쓰릴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바람으로 인해 속도를 느끼며 극도로 긴장된 상태가 되니 엔돌핀이 급상승하는지 너무 짜릿하다. 아마 모험을 즐기는 자들이 이 맛에 위험한 도전을 감행하리라.
조인트할 인원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4명이 모여서 판공초를 1박 2일로 갔다. 판공초호수는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맑다. 발을 담그니 그 느낌이 상쾌하다. 그러나 명상은 별로였으니 기도명당과 아름다운 풍광은 역시 다른가 보다.
비록 호수가 아름다우나 내 눈에 들어오는 건 밤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이다. 태백산에서 보던 별보다 아마 몇 배는 많은 듯하다. 아예 모포를 들고 들판에 나와서 밤늦도록 누워다가 앉았다가 하면서 명상하였다.
그 며칠후 레에서 합승지프를 타고 오지마을 누브라밸리에 갔다. 지금이야 버스가 다니지만 그 당시는 하루에 1대의 합승 지프뿐이었고 3인석에 4명이 타니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 상태로 거의 5시간을 간다.
그러나 이곳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별을 보았다. 판공초보다 훨씬 많고 빛나는 별이다. 황홀하기보다는 판타스틱하다. 이 대자연의 보석과 비교하면 인간이 소유하는 모든 장식품은 한낱 모조품에 불과하리라.
내 방 침대에 누워서 창문을 바라보면 산언덕에 위치하는 바로 거대하고 장엄한 미륵보살이 보이는데 숙박객이 없으니 주인이 특별히 제공한 방이다. 매일 밤마다 그 미륵불상을 찾아가서 명상하였는데 밤하늘에 촘촘히 펼쳐진 은하수를 넋을 잃고 바라보느라 눈을 감고 명상을 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더욱 관광산업이 발달하여 많이 오염되고 사람들이 북적거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