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한(東漢) 말기에 이르러 우번은 당시에 유행하던 각 상수학적인 해석을 모두 섭렵하였는데 만일 그의 역례(易例)를 분별하게 되면 괘기설、12벽괘설은 모두 맹희로부터 유래하였으며 팔궁설、납갑설、비복설(飛伏說)、효진설(爻辰說)、호체、방통괘 등은 경방이나 혹은 정현으로부터 유래하였다. 그리고 건승곤항설(乾升坤降說)、괘변설(卦變說)은 순상으로부터 유래하였다.
그리하여 사실상 우번의 독창적인 역례(易例)는 단지 승(乘)하에 두 象이 바뀌는 것과 반상(半象) 정도이다.
비록 우번은 단지 제가의 학설을 모두 끌어 모았으나 이를 응용하여 이론을 더욱 발전시켰으니 가히 한대(漢代)의 상수학파를 대표할 만하다. 우번의 역례(易例)는 주로 괘변설과 방통설 등 두 종류의 형식이 있다.
우번적인 괘변설은 모 괘 중의 양 효가 서로 자리를 바꾸어서 다른 하나의 괘가 성립하는 것인데 가령 감위수괘(䷜)에서 초효와 이효가 서로 자리를 바꾸는 즉 수뢰준괘(䷂)가 되며 간위산괘(䷳)가 이효와 삼효가 서로 자리를 바꾸는 즉 산수몽괘(䷃)가 성립하는 것 등이 있다.
괘변설 외에도 방통설이 있는데 소위 “방통(旁通)”이라고 칭하며 이는 모종의 괘적인 괘효상과 더불어 다른 하나의 괘적인 괘효상이 완전히 서로 반대가 되면 그 뜻은 가히 서로 통(通)한다는 것을 말한다. 가령 건괘(䷀)와 곤괘(䷁)、태괘(䷊)와 부괘(䷋)、준괘(䷂)와 정괘(䷱)、점괘(䷴)와 귀매괘(䷵)가 바로 이것이다.
우번적인 괘변설과 방통설은 반드시 모종의 괘에 의하여 다른 하나의 괘가 인출되며 그 후에 다시 호체설과 결합되어 하나가 되는데 서로 다른 각도에서 진행되는 취상(取象)을 서로 연계하고 서로 인증함으로써 《주역》의 문구를 해석하였다.
그러나 본래의 괘상(卦象)이 이와 같이 변화무쌍하면 이로 인하여 본래적인 정확성과 일관성을 잃어버리게 되는지라 가히 임의적으로 괘효사의 길흉을 갖다 붙이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한대(漢代)의 역학적인 취상설(取象說)은 곧 부득이 배척되는데 이르렀으며 이에 왕필파(王弼派)적인 “得意忘象” 즉 뜻을 얻으면 象을 버리라고 하는 의리학파가 흥기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