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전형적인 불교국가인 미얀마에 갔다. 수도 양곤에 있는 황금빛으로 덮인 쉐다곤 파고다에 들어서니 기운이 맑고 신선하다. 불상은 우리나라나 중국같이 경건하고 권위적인 형상이 아니며 또 주변의 분위기가 아주 편안하고 자유분방하다. 그곳은 재가불자나 승려가 다 같이 가까이 앉아서 기도를 하며 또한 승려와 마주치더라도 합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승려들 또한 나같이 결가부좌하고 개폼 잡으며 앉아 있지 않으며 양 다리를 구부려서 팔로 감싸고 앉거나 혹은 한쪽 다리를 펴거나 등등 기도하는 자세가 아주 편하고 자유롭다. 어느 승려는 팔을 문신으로 도배하였고 혹은 선글라스를 끼고 기도하시는 분도 눈에 띈다. 체면이나 남을 의식하지 않는 듯하다.
달리 티베트 승려 중에는 머리를 기르는 자가 있는데 이는 치열하게 수행하되 스님으로서의 우대를 받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한다. 이것이 진정한 생활불교가 아닐까? 만약 중생을 제도할 법력은 없으면서 출가자의 자부심으로 권위주의에 빠져있는 승려라면 깊은 내면적인 자기성찰이 따라야 할 것이다.
무수한 사람들이 모여앉아 무언가를 염원하는 듯한데 다들 절실해 보이지 않고 그저 평온해 보인다. 세상사가 집착한다고 얻어지는게 아니며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을 때 뜻하지 않게 쉽게 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박함을 미덕으로 삼아야 할 종교시설을 이토록 화려하게 꾸민 것은 추측건대 권위를 상징하려는 의도보다는 잠시나마 세상의 시름을 잊을 수 있도록 눈 호강을 시켜주려는 보시가 아닐런지?
관광객은 그저 외면의 화려함이나 감상하겠지만 마음을 집중하여 명상하니 이곳은 역동적인 불법의 향기가 느껴지는 특이한 곳이다. 지나친 불상의 화려함이 거부반응을 일으키기보다는 오히려 메마른 심신에 강렬한 빛을 방사하여 내면의 불심을 일깨우는 듯하다.
며칠을 그 파고다에서 머물렀는데 굳지 자리 잡고 명상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어도 명상을 하듯 절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쉐다곤 파고다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이나 전설은 중요하지 않고 또 관심 밖이다. 요는 이곳에서 마음을 얻으면 그뿐이다.
슬픔 가운데 기쁨이 있고 기쁨 가운데 곧이어 슬픔이 찾아오는 것이 인생사…. 이곳에서 마음자락 하나 얻어 수행의 위안으로 삼을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리오! 그런데 현재 미얀마가 처한 현실적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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