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낭가파르바트 산으로 가기 위하여 파키스탄으로 떠났다. 웬 검문이 그리 많은지 심지어 교도소에 들어가는 죄수같이 사진까지 찍는다. 자살폭탄테러로 인하여 어수선한 분위기이니 인정은 하지만 동조하기는 어렵다. 먼저 길기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페어리 메도우로 향했다. 그 곳에서 갑자기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또한 두통으로 인하여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으며 식욕도 없어서 식사도 하지 못하고 거의 이틀을 방에서 모포를 뒤집어 쓰고 하루종일 누워 있었다. 날씨 마저 흐려서 낭가파르바트가 보이지도 않는다.
드디어 3일 밤을 자고나니 낭가파르바트가 그 위용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체력이 너무도 떨어져서 명상을 하기 어려운지라 할 수 없이 당나귀를 타고 하산하였다. 이번에는 루팔벽이 있는 타레싱 마을로 갔다. 타레싱 마을에 도착하여 마침 길가에서 베이스캠프로 안내할 가이드를 만나서 탠트와 식사 등을 준비하여 1박하는 조건으로 저렴한 가격에 흥정하였다.
그런데 아까 검문소에서 본 경찰이 총을 어께에 매고 오토바이를 타고 따라와서 이 곳은 위험하니 자기가 의무적으로 에스코트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렇다면 온 김에 베이스캠프 근처까지 태워 달라고 하니 그리 하겠다고 한다. 가이드는 당나귀에 짐을 싣고 뒤따라 왔는데 경찰과 먼저 도착하여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이윽고 도착하였다.
베이스캠프에 당도하니 아무도 없었으며 밤이 되니 초 여름인데도 엄청나게 춥다. 가이드가 추위를 막으려고 모닥불을 피워서 잠시 몸을 녹이고 가까운 장소로 혼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명상을 하였다. 그 곳에서 맞이하는 천지에 깔린 어두움은 여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고요함과 신비함 그 자체였으며 마치 내가 우주 밖으로 나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때의 느낌이 되살아 난다.
텐트에서 잠을 자는데 새벽이 되니 너무도 추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던 가이드가 일어나서 모닥불을 피우고 차를 끊여서 권한다. 그 곳에서 마신 차는 평생 잊기 힘들 것이다. 밖에서 홀로 명상을 하고 있으니 드디어 일출에 낭가파르바트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런 경우가 그리 흔치 않다고 말한다.
같은 낭가파르바트산이라도 페어리 메도우에 위치하고 있는 것과 느낌이 조금 다르다. 바로 눈 앞에 보이니 더욱 기가 깊고 뚜렷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다. 이 대단한 곳에서 명상을 하는데 기대많큼 마음의 집중이 되지 않는다.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인가? 이 또한 욕심과 집착인 것을…….
그리하여 무사히 이곳으로 인도하여 밤에는 침묵의 파장으로 경이로운 새로운 세계를 펼쳐 주었고 새벽에는 휘황찬란한 광명으로 정화되지 못한 마음속의 찌거기를 태워 준 낭가파르바트에게 감사하고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