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남매탑의 전설이 내려오는 상원암에 한동안 머물고 있었다. 여기에는 계룡산 최고봉인 천왕봉에서부터 지맥이 내려오는 벼락바위가 있는데 기도발이 매우 영험하다는 얘기를 듣고 한번 가보고 싶었으나 그곳은 현재 출입금지 구역으로 묶여있는지라 찾기 어렵다고 한다.
또한 한번 단속에 걸리면 벌금이 1회당 10만원인데 예전에 어느 기도객은 처음 단속반에게 걸리고 그 다음에는 괜찬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다시 들어 갔다가 또 걸리고 나중에는 오기가 나서 계속 출입하였다가 총 50만원을 벌금으로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그 곳을 안다는 자들이 있길래 밤에 같이 따라갔는데 사람다니는 길은 이미 없어지고 수풀이 우거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지리산 영신대와 같은 큰 절벽이 보였으며 그 앞에는 넓은 공터이다. 여기로 오기 전에 상원암의 처사가 이르길 “벼락바위에는 오래 전부터 아주 위험한 인물이 그곳에서 상주하고 있으니 절대로 상대하지 말고 조용히 있다가 오라”고 일러 주었다.
도대체 누구길래 그리 위험하다고 경고까지 해주는지 은근히 궁금하였다. 거대한 벼락바위 앞에 앉아 있으니 과연 대단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 또한 지리산 영신대와 마찬가지로 웬지 평온하지 않고 드센 기(氣)이다.
그런데 뒤에서 남들이 기도하는 것은 아랑곳 하지않고 뒤에서 누가 무언가를 중얼거리면 계속하여 크게 웃고 있다. 한 30분을 그런 상태로 명상하다가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같이 따라서 웃으니 갑자기 육두문자로 온갖 쌍욕을 퍼붓는다. 그때마다 장단을 맞추듯 덩달아 웃으니 상대방이 열받아서 지랄용천을 떨었으나 나한테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 다음날 아침 10시에서 12시 사이에는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는 정보를 얻고 그 곳을 다시 찾아가서 앉아 있으니 어제 미친놈처럼 웃던 자가 그 깜깜한 밤중에도 어찌 나를 알아보았는지 다시 저주를 퍼붓기 시작한다. 자신이 주문을 한마디 외우면 나는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나….뭐 그리 할 수 있다면 대단한 원력이지. 또 남을 그리 고통없이 편안하게 죽여주는 것도 일종의 보시겠구만…
그런데 계속하여 너무 떠드니 마음의 집중이 안되고 또 얼마나 대단한 자인지 궁금하여 상판떼기나 한번 보려고 그 자가 앉아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나하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상대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긴장하며 하는 말이 “나 지금 기도 중이야. 여긴 왜 왔어?” 하길래 어이가 없어서 그냥 빤히 쳐다만 보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좌선하였다. 그 후로 매일 그곳을 갔으나 더 이상 나의 수행을 방해하지 않았다.
상원암에 돌아와서 그 자가 누군지 처사에게 물었더니 예전에 교사생활을 하다가 뭐가 씌였는지 한 10년전부터 계룡산으로 들어와서 지금까지 비닐 하나 뒤집어 쓰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것이 알고싶다” 에도 나온 유명인사(?)라고 한다. 여태 얼어죽지 않고 그리 버티는 것은 암튼 대단한 일이나 다만 무엇 때문에 그러고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예전에 우리나라 도맥은 주로 금강산파, 지리산파, 계룡산파가 주류를 이루었으며 또 도인이 나왔다고 전해 내려오는데 과연 계룡산과 지리산은 천하에 명산이며 남한에서는 그 기(氣)가 전국에서 가장 강력한 것 같다. 특히 이 벼락바위는 오히려 등운암 위에 있는 연천봉 보다도 더욱 영험한 기운이 서려 있는 것 같다.
기(氣)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현대과학의 새로운 페러다임이며 예전부터 인류의 지대한 관심사였다. 특히 현대의학에서는 이 기를 의술에 접목시켜 불치병을 치료하여 획기적인 의학의 발전을 이룩하려는 연구가 오래 전부터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더구나 2차대전 때에는 이미 독일의 나치가 기를 전쟁무기화 하려는 시도를 감행하였으며 우리의 생활용어에서도 기에 관련된 표현이 매우 많다.
조선시대에는 기에 대하여 이기일원론과 이기이원론으로 양분되어 지루한 논쟁을 벌인 것도 기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학문이나 수행은 물론 모든 분야에서 기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니 나는 오늘날까지 좋은 기를 받기 위하여 장소를 가리지 않고 국내외를 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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