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기(氣)가 제일 센 곳이라고 알려진 영신대를 찾아 나섰다. 아침부터 의신마을에서 출발하여 대성폭폭를 거쳐서 위로 올라가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고 텐트까지 메고 가니 녹초가 될 판이다. 나는 군대에서도 신병교육대 조교생활을 하느라 힘든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없었건만 이건 극기훈련 수준이다.
거의 10시간을 올라갔으나 도저히 영신대를 찾지 못하였으며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이미 하산하기도 늦었고 이젠 영신대는 둘째 치고 우선 텐트를 칠 만한 장소를 물색해야 할 판이다. 그리하여 평지를 찾아 헤매다 보니 마침 평평한 곳이 눈에 띄어서 다가가니 세상에! 그 곳이 바로 사진으로 본 영신대였다. 오랜 세월을 출입금지 구역으로 묶여 있어서 사람의 발길이 끊어지고 수풀이 많이 우거져 미처 발견하지 못했는데 기가막힌 우연으로 마침내 도착한 것이다.
영신대는 트레비 분수같이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고 텐트 치기에 적당한 넓은 공간이 있었으며 누가 친절하게도 땅바닥에 까는 비닐을 두고 갔다. 영신봉에서 기가 내려오는 영신대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좌선하고 있으니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강력한 기운이 느껴진다. 국내의 명산를 두루 다녔지만 아마 이러한 카리스마적인 기운을 지닌 산은 없었던 것 같다.
원래 강력한 기(氣)는 통바위에서 분출되는데 예전에 갔던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위치하는 거대한 통바위하고는 사못 기운이 다르다. 요세미티의 바위는 세상을 감싸는 듯한 평온하고 청량한 기운이 감돌았으나 영신대는 대체적으로 드센 무속적인 기운이 강하다. 아마 퇴마사나 영가천도를 하는 무속인이 여기와서 기도하면 판타스틱하리라.
한밤 중에 텐트 안에서 계속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깨어나 보니 쥐가 텐트를 갉고 들어와서 배낭을 뒤지고 있었다. 자신의 나와바리에 와서 그냥 텐트를 치고 있다고 삥뜯으러 왔나? 텐트 밖에 식량을 골고루 놓아두니 더 이상 텐트를 건드리지 않는다. 암튼 세상에 공짜는 없나 보다. 어디가나 텃세 부리는 현상이 존재하는 것은 동물과 인간이 똑같다.
영신대에서 며칠을 머물렀으나 출입금지 구역이라서 아무도 찾아오는 자가 없었으며 또한 다행히 단속반에게 걸리지 않고 한적하게 명상할 수 있었다. 영신대는 기가 워낙 세서 아침에 일어나면 텐트가 돌아간다는 말이 있었으나 텐트는 커녕 추워서 입이 돌아갈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