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달마대사가 인도에서 건너와 면벽 9년에 득도하여 이데아의 세계를 거닐었다는 달마굴을 찾아가기 위하여 우선 베이징으로 향했다. 베이징에 도착하여 가장 번화가인 왕푸징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사방 1m 간격으로 경찰이 깔려 있었으며 그 사이로 “마사지!”를 외치며 돌아다니는 삐끼들이 있었다.
요새 누가 구정물을 들이부은 듯 온몸이 뻐근하고 찌뿌둥하여 문득 마사지를 한번 받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요금이 얼마냐고 물으니 1시간에 한화 5,000원이라고 한다. 원래 호객행위하는 자를 따라가지 않으나 가격도 비싸지 않고 주변에 경찰이 이리 많은데도 아무도 단속하지 않는 것을 믿고 따라갔다. 마침 지니고 있던 돈도 대충 4만원 뿐이니 최악의 경우에 그 돈만 뺏기면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것이다.
도착하여 대기실로 안내하는데 앉자마자 푸짐한 안주를 곁들린 양주를 들고 와서 병을 따고 술을 붓는다. 나는 술마시러 온게 아니고 안마를 받으러 온 것이라고 말하였으나 술을 억지로 권했다. 아차! 잘못 들어 왔구나…그래서 뿌리치고 바로 그냥 나가려고 일어나니 계산서를 가져 올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내가 뭘 했다고 뭔 계산서? 가져 온 계산서를 읽어보니 억! 세상에…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여 거의 250만원이 적혀 있었다. 내 눈을 의심하여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지금 현재가치로 약 600만원 정도 될려나? 계산서를 획 집어던지고 그냥 나가려고 하니 바로 지배인을 불렀는데 들어 온 자는 온 얼굴과 양팔을 칼자국으로 도배한 전형적인 생양아치였다.
옷을 뒤져서 일단 내가 가진 돈을 챙기고 영어로 하는 말이 “나와 같이 너가 묵고 있는 숙소로 같이가자. 숙소로 가면 반드시 신용카드나 현금이 있을테니 거기서 부족한 금액을 계산하자. 만약 안 간다면 너는 여기서 시체로 나갈 것이다.”라고 협박하였다. 그 당시 중국은 치안이 불안하여 간혹 조폭들이 사람을 납치하여 장기를 꺼내서 팔던 시대였다.
그 소리를 들으니 온몸에 힘이 빠지며 정신줄을 놓을 지경이라서 이왕에 세팅되어 있는 양주라도 한잔 들이키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그래! 다 뺏기고 귀국조차 못하더라도 일단 목숨을 건져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배꼽에서 뜨거운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더니 저승사자도 무섭지 않은 주체하기 어려운 기백이 솟구친다.
그래서 그 지배인의 손목을 덥썩 잡으며 “좋다! 같이가자. 그러나 가봐야 신용카드나 현금이 없으며 나는 여러 명과 방을 같이 쓰는데 다른 사람들이 너를 이상하게 볼 것이다. 이 밤에 나를 에스코트해준다니 든든하다”라고 말했다.
내가 너무 당당하게 나오니 그 말을 듣고 그 지배인이 당황해 하더니만 어찌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지 갑자기 전화질을 한다. 그러더니 보스가 여기로 올테니 대기하라고 한다. 이런 생양아치도 국제화 시대를 대비하여 영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니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드디어 사장이 나타나서 험악하게 나를 훌터보더니 재수없다는 표정으로 보내주라고 손짓을 한다. 마음이 바뀌기 전에 곧장 뛰쳐나가려고 하다가 한 푼이라도 건지고 나오려고 씩 웃으면서 택시비를 좀 달라고 손을 내밀어서 흔드니 “천하에 이런 또라이같은 놈을 다 봤나”하는 어이없는 웃음을 짓더니만 직원들 앞이라서 체면상 지갑에서 20위안을 꺼내준다.
다음 날 정주로 가서 무협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림사를 찾아갔으나 생각보다 절의 규모도 작고 웬 관광객이 그리 많은지 이건 한적하고 고요한 절이라기 보다는 완전히 유명관광지에 불과한 느낌이다.
원래는 달마굴 굴안에서 명상을 할 계획이었는데 달마굴은 이미 관광상품화되어서 들어가지 못하게 안내원이 지키고 있었으며 사진촬영도 못하게 한다. 할 수 없이 굴 앞에 서서 명상하였는데 관광객이 너무 많은지라 관람에 혹 방해가 될까봐 그냥 하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