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장엄한 빅토리아 폭포를 보기 위하여 아프리카로 떠났다. 그 당시 아프리카는 정보가 부족하고 혼자 여행하기에는 위험한 지역이였지만 미지의 세계로 떠난다는 설레임으로 출발하였다. 도착하니 흑인들만 눈에 띄이며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운전 중에 계속 통화를 하니 웬지 내릴 때까지 불안감이 엄습하였다. 아프리카에서 택시를 혼자 탔다가 기사가 운전 중에 핸드폰으로 자기 동료들을 불러 모아서 으슥한 곳에 택시를 멈추고 강도짓을 하여 몸만 겨우 빠져 나왔다는 어떤 사람의 경험담을 읽었기 때문이리라.
미리 검색해 둔 숙소로 찾아가니 방이 없다고 한다. 이제는 아는데도 없고 또한 다시 택시를 타야 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온 몸에 힘이 빠진다. 그 때 마침 옆에 서 있던 20대 미국여자가 자기가 아는 숙소가 있으니 택시비를 쉐어해서 같이 가자고 제의하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며 이는 마치 지옥에서 지장보살을 만난 듯 하였다.
택시를 같이 타니 한결 든든하였으나 다시 찾아간 숙소 또한 방이 하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자 그 미국여자가 다시 방을 같이 쓰자고 하였다. 뭐 다소 불편하겠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지라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가니 다행이 침대가 두 개이며 방이 꽤 넓다. 저녁에 더웠지만 차마 옷을 벗지 못하여 입은 채로 먼저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 여자는 잘자라고 인사하면서 내가 보는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데 삼각팬티가 보인다. 순간 민망해서 등을 돌리고 잠을 청하였다. 무슨 여자가 그리 매너가 없는지……..
잠비아에서는 길게 뻗은 폭포의 위용은 장엄하나 폭포의 물이 말라서 다시 짐바브웨로 넘어갔다. 폭포에 다가가니 엄청난 굉음이 들리고 물안개가 사방으로 퍼져서 옷을 젖힌다. 물안개로 온 몸을 샤워하며 명상에 들었는데 모든 잡념을 부수어 버리는 폭포소리와 속세의 더러움을 말끔히 씻어내리는 듯한 물안개로 인하여 나의 존재감은 그 속에 동화되어 이미 사라지고 나중에는 잠시나마 폭포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지금까지 명상이란 고요한 가운데 마음의 집중이 잘된다고 생각하였는데 그것은 고정관념이였다. 중요한 것은 명상을 하는 장소가 아니라 마음이였던 것이다. 만일 마음이 산만하면 산속의 동굴에 홀로 있어도 잡념에 휘둘려서 마음을 집중하기가 어려우나 마음이 안정되면 시끄러운 장터에서도 훨씬 명상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빅토리아 폭포에서 처음으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