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체감온도가 영하 45도 정도 될 것이다. 변비 걸린 사람 마냥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다. 1년 내내 두문불출하며 가부좌로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갑자기 무리하게 등산을 하여 결가부좌를 하는 순간 다리에 쥐가 난 것이다.
하필 옷을 벗고 자세를 잡고 앉았을 때 쥐가 날게 뭐람. x팽이 치기에 기가막힌 타이밍이다.
쥐가 나니 극심한 통증으로 인하여 뚬모호흡을 하지 못하여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하였으며 그대로 꼼짝도 할 수가 없어서 이대로 온몸에 동상이 걸리거나 얼어 죽기 십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산객을 피하여 일부로 아침 일찍 올라갔으니 도와줄 사람도 없으며 저 상태로 그대로 앉아 있었는데 다행히 몇 분 뒤에 쥐가 풀렸으며 또다시 연속하여 뚬모수행를 시도하니 또 쥐가 나고….얼마나 어렵게 여길 셀카봉까지 들쳐매고 올라왔는데 여기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쉽다.
세상에 더러움과 내면의 욕망을 얼려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드는 듯한 이 매서운 칼바람이 너무도 좋은데….극심한 추위와 더불어 쥐로 인한 혹독한 고통 가운데서 문득 찾아드는 삼매의 지복감은 느껴보기 전까지는 제한된 언어로서는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없으리라.
그러나 어쩌랴! 더 이상 버티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판이라서 하는 수 없이 하산하려는데 그마저도 이미 추위로 인하여 온몸이 탈진되고 다리에 쥐가 계속해서 나니 돌로 덮인 가파른 빙판의 비탈길을 내려갈 자신이 없다. 입고 간 반팔에 봄가을 파카로는 고통으로 뚬모호흡에 집중하지 못하니 이제는 더 이상 정상에 머물지도 못한다.
119구급대에 한번 연락해 보려고 하다가 쪽팔려서 생각을 접고 내려가다가 미끄러져서 죽거나 다치는 쪽을 선택을 하였다. 도저히 못 내려올 줄 알았던 산길을 5시간 만에 간신히 내려왔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손가락에 심한 동상이 걸려 있었다. 아마도 정상에서 고통으로 인하여 뚬모의 영열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오래도록 추위에 노출된 까닭이리라.
나는 매일 냉방에서 자기 전에 뚬모수행을 하면 하루 종일 차가워진 손가락 끝이 온도가 올라가서 엄청 뜨거워진다. 측정한 적은 없으나 아마 8도 정도 체온이 올라가지 않을까 쉽다. 북한산을 다녀온 지가 벌써 1달이 지났으나 아직도 양 손가락 끝은 마비가 되어있고 통증이 있다. 그러나 뚬모의 영열로 녹이고 있으니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
그냥 방안에 찌그러져서 조신하게 수행이나 하는 건데 지랄한다고 뚬모에 대해서 한번 알려 볼 목적으로 북한산에 기어 올라갔다가 북망산천 갈 뻔하였다. 산에서 다리 풀리면 정말 위험하다. 특히 60대 중반 나이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