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가에서는 영적인 진전에 대하여 스승과 제자 간에 나눈 대화가 다음과 같이 일화로 전해 온다.
처음으로 제자가 스승에게 인가를 받으려고 찾아가서 “저는 의식이 무한히 확장되어 우주와 완전히 일체가 되는 경지를 체험하였습니다”라고 하자 스승은 힐끗 쳐다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자가 두 번째로 찾아가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저는 드디어 불성(佛性)이 만물 속에 깃들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라고 하니 스승은 단지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제자가 세 번째로 찾아가 들떠서 빠른 말투로 ” 저는 만법귀일(萬法歸一)의 소식을 얻었습니다”라고 하자 스승은 그만 하품을 하였다. 네 번째로 찾아가서 “태어나기 전에 진면목을 완전하게 깨달았으며 이제 더 이상 자아는 없습니다”라고 하자 스승은 고개를 흔들며 단념한 듯이 나가라고 팔을 내저었다.
그 후 더 이상 제자가 찾아오지 않자 이번에는 스승이 먼저 제자를 찾아가서 공부에 대한 진척을 보고하라고 재촉했다. 그러자 제자가 이르길 “저는 그냥 있는 그대로 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잡니다. 공부가 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스승이 “오! 마침내 해냈군”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 일화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고 하는 선가에 내려오는 말이나 혹은 “심우도(목우도)”의 내용과 비슷한 뜻인데 현존하는 그대로의 완전함에 대한 가르침을 시사하는 듯하다.
십몇 년 전, 진제스님이 조계종의 종정이 되기 전에 누구나 찾아오면 법거량을 받아준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절에 머물면서 수행 경력이 20년이 넘은 거사를 만났는데 자기도 인가를 받으려고 진제스님을 찾아 갔다고 한다.
처음에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듯하여 고무되어 찾아가니 유심히 듣던 스님이 “아직 멀었어”라고 딱 한 마디 하시더란다. 그 후 1년 동안 더욱 정진하여 이번에는 분명히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두 번째로 찾아갔더니 “좀 더 열심히 해봐”라고 하여 그 후로는 포기하고 안 찾아 갔다고 한다.
나도 한때 잠시 화두를 끌어안고 있어 보았으나 나하고는 궁합이 안 맞았으며 뒤늦게 우연히 뚬모를 알게 되어 과거의 미스터리가 모두 풀렸으며 요즈음은 삼매에 빠져드는 재미가 단단히 들렸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남들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는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