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공평한 듯하다. 날개 달린 새에게는 날카로운 이빨을 주지 않고 사나운 맹수에게는 날개를 달아주지 않았다. 인간 또한 마찬가지이다. 대개 학식이 높고 총명한 자는 탁월한 논리와 화려한 말빨을 주특기로 하여 매스컴 플레이에는 능하나 영적인 살림살이가 빈약하며 또한 주로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수행만 하는 자는 큰 영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말주변이 없으며 세상 살아가는 이치에 어둡고 또 세상사에 무관심하다.
사실상 영적 세계는 학벌, 수행경력, 인지도, 초월적인 영적 체험은 모두 이렇다 할 의미가 없으며 단지 현재 도달한 경지가 중요할 뿐이다. 무릇 인간은 체내에 천부적인 DNA가 있는지라 자신의 가장 취약한 약점을 수행으로 환골탈태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하여 큰 영적 성취를 이루었으나 본래 명예욕이 많은 자는 대중매체에 얼굴을 드러내기를 갈망하고 혹자는 영적 세계의 카사노바가 되기도 하며 혹은 재물을 탐하여 자신의 내공을 그 방면에 쏟기도 하며 혹은 권력욕에 사로잡혀 집권세력에 기웃거리기도 한다.
과거 혼란기에 미륵신앙이 민중에게 주요한 믿음으로 자리했듯이 현재 세계적으로 물질문명의 피로감으로 인하여 영적인 열망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세상에는 종종 가짜 영적 스승이 있는데 수행이 부족하여 미처 자기의 내면적인 욕망을 완전히 걷어내지 못하고도 이 시대의 멘토를 자처하며 입으로는 감로수 같은 아름다운 말을 쏟아낸다. 그러나 대개 그들은 인상적인 용모를 지녔으며 설득력 매우 뛰어나고 특이한 매력을 풍기니 순진한 영적 열망자는 그 외면에 미혹되어 영적인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머리에는 수 백권의 명서가 담겨 있으나 이를 실천하지 못하면 이는 지식을 과시하는 한낱 장식품에 불과하다. 무릇 쉽게 넘볼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닌 영적 사기꾼에게 농락당하지 않으려면 우선 자신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자질을 지녔어도 영적 진화는 하루 이틀 만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운전과 결혼 그리고 영적 성취는 서두를수록 사고가 나기 쉽다. 한 걸음 한 걸음씩 죽을 때까지 같은 걸음으로 마음을 비우고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히 자신의 내면이 조금씩 변화한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또 그로 인하여 한 번 얻은 영적 성취는 쉽게 무너지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