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에서 잠시 실수로 기차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여 올드델리역에서 출발하는데 멍청하게도 뉴델리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전광판에 탑승열차가 뜨지 않길래 다시 확인하니 올드델리역 출발이다. 이런…..이미 출발시간은 5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역까지 가보자.
머리카락이 휘날리도록 역에서 튀어 나오니 오토릭샤가 그 눈치를 채고 썪은 생선에 파리떼가 모이듯 달라붙는다. 올드델리역까지 500루피를 달라고 한다. 내 아무리 급해도 그 가격이면 시바신이 타라고 해도 안 탄다 이넘들아…50루피에 잡아타고 30분이나 늦게 역에 도착하였는데 올드델리역이 시발역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뿔사…. 잠시 당황하여 플렛폼을 잘못 찾아 갔으며 저 멀리에서 기차가 출발하려고 기적을 울린다. 이건 울고 싶은데 빰 맞은 꼴이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철도길을 무단횡단하여 서서히 출발하는 가차에 급하게 올라탔다.
기차 안은 난리통에 피난열차도 아니고 통로까지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있다. 간신히 사람들을 헤집고 나의 침대칸으로 갔는데 문은 잠겨져 있으며 아무리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는다. 침대표를 가지고 야밤에 다음 역까지 몇 시간을 서서 가야 될 판이니 기가 막혔다. 그런데 기차가 5분 정도 가더니만 갑자기 멈춘다. 그래서 바로 내려서 밖에서 침대칸의 문을 두드리니 승무원이 표를 확인하고 들어 오라고 한다.
다음 날 자이살메르역에 내리자마자 프로스펙스 가방을 든 3명의 사람들이 있길래 곧바로 사막투어를 섭외하여 같이 갔다. 자이살메르의 사막에서 보낸 하룻 밤은 아마 평생 잊기 힘들 것이다. 간간히 떨어지는 별똥별과 밤 하늘을 수 놓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무수한 별들을 바라보며 모래에 누워서 잠을 청하니 천하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일찍 일어나서 홀로 끝없이 펼쳐진 모래에 앉아서 명상을 하니 나의 에고는 이미 모래속에 파묻혀지고 대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 듯한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일출이 되면서 서서히 나타나는 햇빛이 사막의 모래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데 그 경이로운 풍광에 넋을 잃어서 한참이나 명상을 중단하였다. 중동은 사막이 많아서 가장 거친 민족에 속하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만 같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보고 있으려니 세상에 두려울게 없다는 기백이 솟구친다. 언젠가는 나는 한 줌의 모래가 되어 바람에 흩어질 것이나 이 라자스탄의 사막은 영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