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중반에 세계에서 가장 볼텍스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는 세도나를 한번 가보려고 미국비자를 신청하였다. 간 김에 요세미티국립공원을 거쳐서 그랜드캐넌 그리고 세도나에 도착하는 걸로 동선을 잡고 샌프란시스코행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 도착하여 뜻밖에 입국심사에 통과하지 못하고 어느 사무실에 붙잡혀 갔다. 그 곳에 가보니 이미 몇 사람의 동양인이 와 있었는데 언뜻 보아도 속단할 순 없지만 웬지 불법체류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용모이다.
그런데 내가 어디 그런 비주얼인가? 저런 사람들과 더불어 나를 도매급으로 넘겨서 잠재적 불법체류 용의자 취급을 하니 불쾌하다.
대기실에서 거의 40분을 기다리니 벨트에서 홀로 돌고 있을 내 배낭이 걱정되었다. 그 당시 일본항공을 타고 갔는데 누군가 복도에서 내 이름을 부르고 다니길래 불러보니 친절하게도 일본항공의 직원이 내 배낭을 메고 나를 찾아 다닌 것이었다. 고맙기도 해라..
드디어 세도나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그 넓은 허허벌판에 대중교통은 없고 단지 투어버스 뿐이며 물가도 다른 도시에 비해 비싸다. 대부분은 투어버스가 목적지까지 갔으나 두 군데는 버스노선이 없다. 그렇다고 명상여행을 가서 사치스럽게 자가용을 랜트하거나 대절할 순 없어서 지도에 표시된 알지 못하는 동산을 걸어서 넘어가기로 작정했다.
사람이 안다니는 산길을 헤집고 다니면서 뱀을 밟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었는데 그것보다는 땀을 너무 흘려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런데 마침 그 깊숙한 숲속에서 어느 커플이 텐트를 치고 허니문을 즐기고 있었는데 길을 물으려고 다가가니 나를 보더니만 생수 한 병을 건낸다. 그 물을 마시니 겨우 살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산정상까지 20분을 더 가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무모한 시도를 했나 생각하였으나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계속 갈 수밖에…..드디어 천신만고 끝에 정상에 도착하니 온몸을 땀으로 샤워하여 탈수증으로 죽을 것만 같다. 그 꼴을 본 어떤 미국여자가 수통의 음료수를 마시다가 나한테 건낸다.
호랑이는 아무리 굶어도 풀을 뜯어먹지 않는다는데 내 아무리 목이 말라도 모양새 빠지게 여인이 먹다가 권하는 물을 어찌 마시랴! 그래서 단호하게 거절하였는데 자꾸 권한다. 그러자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빨리 받아 마셔라. 용은 궁하면 시궁창에라도 들어가지 않나?”라고 속삭인다.
그리하여 권하는 음료를 들이키니 페파민트향이며 비로소 어지럼증과 구토증세가 가라앉는다. 그 때의 페파민트 맛은 아마 평생 못잊을 것이다. 사실상 구정물이라도 마셔야 될 판에 만약 그 음료를 얻어 마시지 않았다면 아마 명상은 고사하고 하산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 세도나에서 장기간 머물면서 명상을 하였는데 특히 벨락과 성십자가 성당은 올라가자마자 손끝 에서부터 감전되듯 찌릿하게 어께까지 볼테스가 타고 올라오는 것이 하산할 때까지 내내 멈추지 않는다. 이곳은 정말 놀라운 곳이다.
그리고 그 세도나의 작은 언덕에서 명상하며 맞이한 일출은 너무도 애틋하였다 . 해가 서서히 떠오르면서 주변을 황금빛으로 감싸는데 그 언덕에서 받은 기운은 격정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히말라야하고는 달리 마치 사랑스럽게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같이 평온하고 포근하며 또한 봄빛에 얼은 눈이 녹는 듯한 느낌이다. 무릇 지구상에 똑같은 개성이나 외모를 지닌 사람이 없듯이 산마다 이렇게 모두 기운이 다르니 이 천하의 역마살이가 어찌 돌아다니지 않을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