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 환자가 중국에 이어 막 국내에 5명 정도 출현한 그 해 겨울에 인도를 거쳐서 스리랑카로 갔다. 인도에서도 코로나 환자가 점점 늘어나는 불안한 시국이라 대부분 인도여행을 포기하고 항공권을 환불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뭐 어차피 인간은 한번은 죽기 마련이니 늙어 죽으나 병들어 죽으나 마찬가지이며 다만 예정시간보다 조금 먼저 도착한 저승행 버스를 타고 가는 것 뿐이다.
스리랑카에 도착하여 콜롬보역에서 캔디로 미니버스를 타고 거의 2시간 반을 이동하였는데 무슨 포로수송차도 아니고 모든 통로에 의자를 각각 두 개씩이나 설치하여 차 안이 마치 콩나물시루 같았다. 만약 그 중에 코로나 환자가 있었다면 그 좁은 공간에 있던 사람은 모두 감염되었을 것이다.
캔디에 도착하여 인터넷으로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니 주인이 출입문을 반 쯤 열고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더니만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예약은 취소되었으니 빨리 가라고 말하면서 문을 닫으려고 한다. 이미 그 때 한국은 코로나 환자가 400명을 육박하였으니 겁먹었나 보다. 그래서 여권을 보여주며 이미 한국에서 인도에 온지 벌써 한달 째이며 인도에서 출발하였다고 하니 그제서야 들여보내 주었다. 소심하긴……
다음 날 부처님의 치아를 모셔놓은 불치사를 찾아갔다. 2층으로 올라가니 중앙에 치아를 보존한 곳이 있었으며 긴 복도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발 디딜 틈이 없었으나 조금 기다리니 자리가 비길래 앉아서 명상에 들어갔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은은한 향기가 느껴지며 그 산만한 분위기 가운데서도 너무도 차분하고 평온한 기운이 느껴진다. 지금까지도 그리 엄청나게 어수선한 분위기 가운데서도 그처럼 몰입이 잘되는 곳은 알지 못한다.
가만히 좌선하고 있으려니 이 곳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무수한 불자들이 염원을 빌어 온 기도원력이 서려 있기 때문인지 뭔가 절실하고 애절한 느낌이 들어온다. 일반 중생은 대개 행복을 바라고 고통과 불행을 피하고 싶어하니 그런가 보다.
사실 불행이나 고통은 자신의 애고를 버리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머리로는 진정한 나라는 존재가 심신(心身) 즉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육체와 수시로 바뀌는 마음이 아니라 영원불변하는 진아(眞我)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너무도 오랜동안 익숙해진 에고이즘에 사로잡혀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금방 이 사실을 잊어버린다.
많이 알면 뭐하나? 금방 잊어버리거나 혹은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거나 설사 변화가 있다손 치더라도 일시적이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하여 세상에는 입으로는 감로수같은 아름다운 말을 쏟아내나 마음은 정작 바짝 마른 자들이 많다. 나 또한 그럴지도 모른다. 말이 많은 것은 수행자의 가장 큰 병통(病痛) 중에 하나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