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무문관 수행이 하고 싶어서 전국을 수배하였으나 일반 불자를 상대로 운영하는 절은 없었다. 1년 가까히 찾은 끝에 드디어 경주의 감포에 하나 있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읽고 달려갔다. 도착하니 그 절의 스님이 하시는 말이 여기는 기가 세서 웬만한 스님들도 대부분 이틀만에 문을 열어 달라고 아우성치는데 견딜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나는 원래 노천하우스에서 수행한 야전체질이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대꾸하니 연락처를 적어주며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고 하였다. 무문관 수행처는 절의 본당과 뚝 떨어져서 단독으로 건립되어 있었으며 그 당시 그 곳에는 아무도 없어서 아주 한적하고 조용했다.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니 나오지 못하도록 밖에서 좌물쇠로 출입문를 굳게 봉쇄하였다.
왜 이틀만에 문을 열어 달라고 아우성치는 걸까? 분명히 뭔가 서스팬스하고 쓰릴이 넘치는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은근히 기대가 된다. 이윽고 밤이 깊어졌으며 명상을 하고 있으려니 내 방으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발자국소리가 점점 크고 분명하게 들리더니 문 앞에서 멈추고 방문을 노크한다. 이 시간에 방문을 봉쇄한 여기를 누가 찾아와서 노크를 한단 말인가?
잘못 들었거니 생각하여 무시하였더니 계속하여 점점 더 세게 두드린다. 명상을 방해하여 참다 못해 “누구요?”하고 외치니 대꾸가 없다가 잠시 후에 또 시끄럽게 노크를 한다. 문을 열고 확인하고 싶으나 밖에서 잠궜으니 그러지도 못하고 그냥 노크소리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하였다.
그랳더니 이번에는 천장에서 여자들의 잡담소리와 더불어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계속 들리고 문밖에서는 여자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지랄도 가지가지 하는구만… 그런데 좀 더 쇼킹하고 드라마틱하며 깔삼한 이벤트는 없나?
그런데 이와 더불어 방안의 조명등은 불빛조절을 하도록 되어 있는지라 어둡게 해놓고 명상하다가 취침 전에 밝게 하니 커다란 왕지네 3마리가 벽을 타고 돌아 다녔다. 자다가 이 넘들한테 물리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였지만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더 이상 다른 아이템은 없고 그것이 전부였다. 다소 실망스럽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나?
7일 동안 핸드폰을 끄고 시계를 보지 않았으며 오직 나의 내면만을 응시하였다. 오직 아침마다 한번 규칙적으로 개구멍을 통하여 들어오는 식사로써 시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방 안에는 냉장고가 구비되어 있고 깨끗한 욕실이 딸려 있었으며 하루에 한번 들어오는 식사는 디저트를 곁드린 진수성찬이다. 너무 조용하고 편안하여 마음 같아서는 여건만 되면 한 1년을 여기서 머물고 싶을 정도이다.
가까이에 있는 대나무 숲에서 바람이 대나무를 흔들며 전하는 알지 못할 은은한 소리를 들으니 문득 시적인 흥취가 나서 글로 옮겨 보았다.
휘몰아 치는 저 바람소리
천년의 한숨인양 거친 숨결을 토해내며
텅 빈 듯한 공간에 남모르게 쌓여있던 애틋한 세월의 흔적을 흩날리는 밤….
그대가 지금 내게 오지 않아도 좋으리
이 느낌이 있어 언제까지나 그대 향한 그리움이 잊혀지지 않는다면
다음 생에서도 변함없이 내 그대를 기다리리라.
일주일이 금방 지나갔으며 그 절에서 나와서 문무대왕릉으로 걸어갔다. 일주일 동안 오직 방 안에 갇혀 지내다가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모래에 앉아서 명상을 하니 기분이 그리 좋을 수가 없다. 그런데 문무대왕릉 주위를 맴돌며 무심하게 울고 있는 저 갈매기와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앞을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