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몇 년전 이 맘 때 나의 근기를 시험해 보려고 해인사 원당암에 7일간 철야용맹정진을 들어간 적이 있었다. 평소에 잠이 많은 까닭에 7일을 버틴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만 같았으나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수행은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단지 세속적인 삶을 추구하기로 작정하였다.
명목은 철야이나 공양 후 1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에 다들 수면을 취하였으나 홀로 안 기대고, 안 드러누우며 잠을 자지 않았다. 3일이 지나자 하루종일 앉아서 수마(睡魔)와 싸우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어졌다. 화두(話頭)만 성성하게 들면 수마는 제복할 수 있다고 말하나 화두는 이틀만에 어느새 날아가 버리고 입술을 깨물어도 그 때뿐이며 이 졸음의 고통을 극복할 방법이 없다.
4일째가 되니 나와의 맹세는 어기고 싶지가 않고 차라리 이대고 죽고 싶었다. 그리하여 종종 혀를 깨물었으나 차마 실행하지 못하였다. 5일째가 되니 비몽사몽간을 헤매며 나의 존재감이 희미해지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의식이 분명하지 않게 되었다.
6일째가 되면서 몸은 법당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다른 세계를 떠돌았으며 다시 몸으로 돌아오면 끔찍한 고통을 느끼기를 반복하였다. 그러다가 나 자신도 모르게 뒤로 자빠지며 그대로 뒷통수를 바닥에 찍었으나 웬지 이 힘든 상황에 다소 익숙해진 까닭인지 어제보다 오히려 고통이 줄어든 기분이다.
7일째, 이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희망에 힘이 솟아났지만 힘든 것은 여전히 마찬가지다. 너무도 졸려서 찬바람을 조금이라도 맞이하려고 복도 유리문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혹시 어찌 될지 몰라서 유리에 딸린 샷시 앞에 앉아 있었는데 돌연히 그 곳에 이마를 강하게 찍었다. 만약 유리 앞에 앉아 있었다면 얼굴은 이미 다 망가졌을 것이다.
드디어 회향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고 용맹정진은 끝났다. 이 7일이 지난 2년 이상의 군대생활이나 태백산에서의 100일기도 보다도 훨씬 지루하고 힘들었다. 그랳으면 이것을 해냈다는 성취감과 환희심에 겨워 어쩔줄 모르며 기쁨의 눈물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내 마음은 신기할 정도로 너무도 담담하였다. 용맹정진을 한 것이 마치 배고플 때 밥을 먹은 것 같이 전혀 대수롭지 않은 일상적인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그때의 체험이 지금까지 내 수행의 원동력이 되어 아무리 어려움이 닥쳐도 헤쳐 나가고 있다.
7일간 철야용맹정진 끝에 하나의 확실한 깨우침을 얻었으니 그것은 바로 “역시 잠은 자야 한다”는 것이다. 푸핫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