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마삼바바가 만다라바 공주와 함께 수행했다는 동굴을 한번 찾아 가기로 했다. 다람살라에서 버스를 타고 만디까지 6시간이 소요되었으며 다시 만디에서 레왈사르 가는 버스로 갈아 타서 거의 1시간이 걸렸다.
다음 날 동굴로 가기 위하여 시내버스를 탔는데 이건 콩나물시루같이 발 붙일 공간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웬 젊은 서양여자가 막 출발하기 전에 나타나서 버스에 올라 타더니만 사람들을 억지로 헤집고 나한테로 다가와서 내 앞에서 무엇을 찾는지 엉덩이를 뒤로 내밀고 몸을 계속 비벼댄다. 이미 몸을 돌릴 공간도 없고 바닥에 놓여있는 타이어에 앉아있는 사람들까지 이 상황을 다 쳐다보고 있는데 그칠 줄을 모른다. 참으로 난처한 상황에서 몸을 비틀려고 애쓰는 내 꼴을 보다못해 마침 타이어의 건너편 사람이 내가 피할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그제서야 그 여자는 동작을 멈추었으며 냐와 눈이 마주치니 겸면쩍게 살짝 웃는다. 인도에서 이런 현지인이 타는 만원 시내버스를 외국여자가 혼자 타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상식밖의 일이 왜 일어났는지 나는 물론 알고 있다. 전생에서의 쌍신수행 파트너를 만났기 때문이리라….
나중에 다시 그 서양여자와 동굴에서 마주쳤는데 나를 알아보고 활짝 웃길래 나 또한 웃으면서 묵묵히 합장하며 지나쳤다. 다음 생에서 우리는 또 다른 형태로 만날 것이다. 전생은 단지 전생일뿐 이렇다 할 큰 의미가 없으며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다. 현재 나는 당면한 세속적인 인생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허접한 짝퉁 수행자에 불과하다. 이 번 생에서 단지 욕심이 있다면 피안으로 건너려는 자의 디딤돌이라도 되고자 함이다.
원래 동굴은 대개 음산하고 한습하나 이 동굴은 불가사의하게 온화하고 평온하다. 아직도 파드마삼바바와 만다라바공주의 온기가 동굴내에 감돌고 있는듯하다. 그리하여 반팔티로 좌선을 하였으나 그래도 덥다. 자빠진 김에 좌탈입망 하고픈 판타스틱한 명상수행처이다. 동굴에서 이런 감미로운 열기를 느낄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형을 살펴보니 전통적인 풍수학상으론 설명하기 어려운 정말 독특한 형세이다.
예전에는 결가부좌를 하고 1시간을 넘기면 그 후로는 엄청난 고통이 엄습하여 2시간을 넘기지 못하였으나 동글수행 이후로 3시간을 버티고 앉아 있다. 이젠 참기 힘든 고통이 찾아오면 그때마다 배꼽에서 성에너지를 분출하여 이로써 고통을 압도하며 이를 짜릿한 희열로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뚬모수행을 누구에게 배우거나 물어 본 적이 없건만 저절로 체득되고 있는 중이다. 이 모두 전생의 인연과 신불의 가호가 있기에 가능했으리라.
그러나 결가부좌하고 오래 앉아 있는다고 장땡이 아니며, 영하의 추위에 여름옷을 입고 몇 시간 버티는 것은 북극 개도 가능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하여 그 숱한 말못할 인고의 세월을 견뎌 왔단 말인가?
원해여래진실의(願解如來眞實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