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세계화의 물결과 sns의 발달로 각 나라마다의 문화적인 특징은 점차 없어지고 획일화되어 어느 나라를 가든지 특이한 점이 별로 없다. 20년 전 최초로 중국에 갔는데 그땐 정말 재미난 나라였다. 시내에는 역마차와 밴츠가 서로 역주행하였으며 고속버스를 탔는데 중간에 휴게실에 정차하길래 화장실을 가니 이건 원룸이다. 벽에 서서 소변을 보며 그 옆으로 쪼그리고 앉아서 대변을 보고 있는데 칸막이가 전혀 없다.
어느 지방의 숙소에서는 방문을 노크하길래 대답하니 숙소 주인이 문을 열며 어떤 고릴라 같은 힘 좋게 생긴 여자를 세워놓고 마사지를 받으라고 권한다. 손을 내저으니 그 주인이 다시 박수를 가볍게 친다. 그러자 갑자기 장면이 확 바뀌며 어리고 예쁘게 생긴 여자가 서 있다.
그 교묘한 상술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다가가서 정중하게 합장하고 방문을 닫았다. 그때는 중국의 4대 명산을 찾아가서 기를 받기 위하여 중국을 방문했던 것인데 치안이 불안하고 교통사정이 불편하였으나 지금 회상해 보면 그 당시가 교통시설이 좋아져서 돌아다니기 편한 요즈음 중국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명산대천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었으며 어디가나 한적하였다. 그 당시만 해도 대부분 중국인은 먹고 살기 바빠서 지금과 달리 국내관광은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이었으니까….
그 후에 불교성지를 방문하기 위하여 다시 찾은 중국은 그 사이에 많이 발전되어 있었다. 먼저 베이징역에서 기차를 타고 오대산역에 새벽 2시 쯤에 도착하여 오대산행 버스를 탔는데 중간에 사람들이 모두 내리길래 어찌해야 할지 당황스러워 하니 그 승객들 중에 누가 나를 보며 합장을 한다. 그리하여 내가 고개를 끄덕이니 여기서 내리지 말고 더 가라고 손짓으로 앉으라고 한다.
문수보살 성지인 오대산에 도착하여 며칠을 머물며 수많은 사찰을 방문하였는데 비교적 한가하였으며 역시 천년고찰의 기도원력이 스며 있는 듯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전날에 꿈에서 문수동자를 친견하였는데 그다음 날 어느 사찰에 들어가니 꿈에서 본 그대로의 문수동자상이 있었다.
지장보살 성지인 구화산은 신라의 김교각스님의 등신불이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신심이 절로 우러난다. 참배객들 대부분 불보살 보다 오히려 등신불에게 예불을 드린다. 보현보살 성지인 아미산은 구름들이 떠 있는 것이 보이는데 경치 하나는 천하일품이다. 보타낙가산은 섬이라서 물가는 비싸나 중국의 4대 불교성지 중에서 가장 명상기도가 잘 되었던 곳이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아서 명상하다가 눈을 떠니 누가 내 앞에 삶은 계란과 지폐를 살며시 내려놓고 갔다. 암튼….
사실상 불교 4대 성지순례도 다 좋으나 어찌 4대보살이 현현하는 장소가 불교성지에만 한정되겠는가? 내 마음이 곧 불보살이니 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에 불보살이 현현하며 내가 앉는 곳이 바로 불교성지이려니…. 달리 불교성지를 순례하여 가피를 받으려는 것 또한 한낱 인간의 집착과 욕심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