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방문했던 프랑스는 참 재미있는 나라였다. 파리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역으로 가니 인종 박람회같이 다양한 민족이 눈에 띄는데 다들 여유 있는 얼굴로서 무한한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지하철 내에서 웬 커플이 연결통로 벽에 기대고 서서 뜨거운 포옹을 하며 하도 격정적으로 광란의 키스를 하길래 신기해서 유심히 보고 있으니 갑자기 남성이 뭘 쳐다보냐는 식으로 날 째려본다. 자슥, 하던 짓이나 계속할 것이지…
몽마르트 언덕을 가니 웬 로봇들이 앉거나 서 있다. 정말 인간처럼 정교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누가 통에 돈을 던지니 갑자기 한 30초 정도 움직이지 않는가? 깜짝 놀랬자너. 어찌 인간이 눈도 깜박거리지 않고 저리 오래 서 있을까? 경쟁력이 돋보인다.
맥도날드 매장에 앉아 있으니 웬 상거지가 들어오더니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다 버린 햄버거와 더불어 컵을 하나 집어 들더니만 카운터에 가서 컵에 콜라를 리필해달라고 청하니 직원이 말없이 콜라를 채워준다. 이곳은 글로벌 거지가 되어도 굶어죽지는 않겠구만.
안소니퀸 주연의 “노트르담의 꼽추”의 배경지가 되었던 노트르담 성당을 방문하여 성당 지붕에 올라가서 따스한 햇빛을 맞으며 시내를 내려다보니 너무도 평화로운 색채가 감돌며 마음이 평온해진다. 지금도 그 여운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유럽식 교육제도를 도입하였으며 특히 프랑스는 유럽 중에서도 영국과 더불어 유럽을 제패한 나라이며 철학, 사상, 예술, 패션,건축 등 문화적인 면에서 세계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니 문화적인 자존심이 강할만 하다는 것은 물론 인정한다. 그러나 인종차별은 문제인 듯하다.
어느 식당을 들어서니 주문도 받지 않다가 자국민이 들어오니 반갑게 접대하며 오히려 내가 주문한 것은 늦게 나온다. 또 다른 식당에서는 식사 후 계산을 하려니 바쁘다는 이유로 응대를 하지 않아 거의 5분 가까이 카운터 앞에 서서 기다린 적 도 있었다. 물론 자국민은 바로 결제를 진행하면서 말이다. 혹시 배낭여행자라서 차별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 귀국 후 모 교수에게 물어보니 자기네들도 국제학술세미나에 참석하면 가끔 왠지 보이지 않는 차별이 느껴진다고 하였다.
지중해의 바람을 머금고 있는 니스 해변으로 갔다. 그런데 대부분 여자들이 가슴을 모두 드러내 놓고 누워 있지 않은가! 민망스러워서 시선을 어디에다가 둘지 몰랐으며 다들 물가 근처에서 그런 자세로 누워 있으니 자리 잡기가 애매하다. 좀 엎어져서 있던가 하지 나 참… 하긴 생물학적으로 익사를 하더라도 남자는 엎어져서 물에서 떠오르고 여자는 정면으로 떠오른다고 한다.
대충 자리 잡고 앉아서 명상을 하니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빛이 온몸을 휘감으며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마치 천상을 거닐고 있는 느낌이다. 기후가 사람의 성격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니만 이런 온화한 기후로 인하여 나치정권하에 그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은 낙천적인 민족성을 발휘하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