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초, 훈자에서 머물면서 오늘은 해발 7,788m 라카포시를 가기 위하여 아침에 아랫동네인 알리아바드로 내려갔다. 길기트행 버스를 타고 거의 1시간 이상을 달리다가 중간에 미나핀 마을로 가는 초입에서 내렸다. 그런데 잘못 내렸나 할 정도로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참을 걸어가니 겨우 조그만 마을이 보였으며 마을 사람에게 물어서 라카포시로 가는 등산로에 들어섰다. 여긴 처음부터 가파른 돌산인데 전방이 확 트여서 마음이 후련해진다.




중간중간 자리 잡고 앉아서 명상하니 청정한 기운이 절묘하다. 또한 현재 교통이 불편하고 아직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아서인지 여느 유명한 명산과는 달리 등산객이 거의 없고 때묻지 않는 자연미가 일품이다. 마음 같아서는 토굴을 짓고 장기간 머물고 싶을 정도로 신선한 것이 내 취향이다.명상을 하며 쉬엄쉬엄 올라가다가 라파쿤 캠프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다. 어차피 라카포시 베이스 캠프에 갈 목적이 아닌지라 하산을 서둘렀다. 내려오다가 산 중에서 여러 번 마주쳤던 파키스탄 우먼을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더니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한다. 원래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거절하지 않고 한 장 찍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하산하여 라카포시 입구에서 도로까지 40분을 걸어야 하는 먼 길을 그 여자의 자가용을 타고 편하게 나왔다. 그리고는 도로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 할 수 없이 지나가는 트럭을 세워서 알리아바드까지 돌아왔는데 돈을 주려고 하였으나 한사코 거절하였다. 알리아바드에 도착하니 이미 날이 어두워졌고 다시 지나가는 자가용을 세워서 얻어타고 훈자로 무사히 돌아왔다.
파키스탄은 지나가는 차량에 손만 들면 무조건 급정차하여 목적지까지 태워준다. 종교적인 영향인지 혹은 대자연의 품에 안겨 생활해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정말 친절한 국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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