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말, 리장에서 머물며 아침에 옥룡설산으로 가는 직행버스를 타기 위하여 일찍부터 홍태양광장으로 갔다. 예정 시간이 지나도 버스가 도착하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서 불안하였으나 드디어 버스가 도착하였으며 올라타니 승객도 몇 사람 없다. 가는 도중에 차창 밖으로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옥룡설산 입구에 도착하여 매표소에 가서 설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표를 구입하려고 하니 표는 팔지 않고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어로 뭐라고 한다. 젠장…. 뭐라고 하는 거야? 그러다가 잠시 후 그 매표소 직원이 영어가 되는 다른 여직원을 불러준다.
케이블카 표는 현장 구매할 수 없고 인터넷 구매만 가능하다고 한다. 뭐 이런 웃기는 시스템이 다 있나? 그런데 나를 바로 옆에 빈 사무실로 안내하더니 나 대신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표를 예매하여 주었다. 당일이라서 완전 매진이었으나 추측건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여분의 예비표를 준 듯하다.
탑승구로 가니 어마어마한 대기 줄이 늘어져 있었으나 그런데 그 여직원이 나를 맨 앞으로 데리고 가서 곧바로 입장시켜 주었다. 줄을 서 있던 많은 사람들이 “웬 놈인가?” 하는 눈초리로 다들 나를 쳐다본다. 나는 여태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팁을 한 번도 준 적이 없었으나 난관에 봉착하면 그때마다 사람들이 기다렸단 듯이 다가와서 도움을 주곤 하였다. 모두 전생의 인연 덕분이리라.
정상은 5,596m이나 케이블카는 4,500m에서 멈추고 정상 근처의 4,680m 전망대까지는 다시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일부 사람들은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고산병으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전망대에 올라가니 세찬 바람이 부는데 그 기운이 히말라야와는 사뭇 다르다.
뭐랄까? 그 청량하고 한랭한 강력한 기운이 내면에 축적된 세속적인 티끌을 걷어내는 듯하였다. 전망대는 장소가 아주 좁은데 관광객은 매우 많은지라 앉지 못하고 서서 명상을 하였는데 이 또한 사진 찍는데 방해가 될까 봐 오래 있지 못하였다.


하산하여 람월곡 호수로 갔다.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하는 아주 멋진 호수다. 호수에서 불러오는 상쾌한 봄바람에 세상을 얻은 듯한 충만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그런데 막상 자리 잡고 앉아서 명상하니 이렇 다 할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풍광이 멋진 장소와 기도 명당은 역시 다른가 보다.

람월곡 호수
풍수에서는 산세를 룡으로 비유하는데 이 옥룡설산은 그 산의 명칭에 걸맞게 변화무쌍하고 생동감 있는 전형적인 룡의 형상이다. 또한 룡은 구름과 안개를 끼고 있어야 신비스러운 법인데 이 옥룡설산은 수시로 바뀌는 변화막측한 모습을 보이니 과연 천하의 명산이라 할만하다.
다시 써틀버스를 타고 토암산을 올라가는 듯한 구불구불한 도로를 거의 38분이나 달려서 모우평에 도착하였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서 사람들이 없고 한적하였는데 이곳은 그 기운이 이전과 달리 평온하고 차분하다. 명상하기에 멋진 장소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간에 쫓겨서 오래 머물지 못하였다.

4시 30분 쯤에 주차장이 있는 출구로 나와서 거의 1시간을 기다려도 타고 왔던 버스는 오지 않고 사람들은 모두 자가용으로 귀가한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어찌 숙소로 돌아가나? 그러나 걱정은 안 된다. 이번에도 도와줄 자가 어디서 나타나겠지…아니나 다를까 어떤 승용차에서 나를 오라고 손짓하길래 다가가서 보니 중국어로 뭐라고 하는데 직감적으로 이건 나라시 택시라는 것을 알겠다. 그 승용차에 앉아서 30분을 기다리니 중국인 2명이 더 타고 이윽고 출발한다. 그리하여 다시 시내에 있는 홍태양광장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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