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겨울, 델리에서 다람살라로 가기 위해 야간버스에 몸을 실었다. 다람살라행 버스는 왜 하필 밤에만 운행하는지 모르겠다. 밤 8시 반에 출발하여 거의 9시간을 차 안에서 내내 두통과 더불어 차멀미로 인한 구토 증세에 시달려야만 했다. 오죽했으면 주로 산길로만 달리는 버스에서 그냥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였을까!
사람들은 내가 해외를 자주 돌아다니니 팔자 좋다고 부러워하나 이제는 방안에 편하게 앉아서 손자나 끌어안고 있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무거운 배낭을 들쳐매고 이리저리 좀비처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야 하니 천하의 역마살이 팔자는 이러한가 보다.
이른 아침에 이르러 천신만고 끝에 겨우 맥그로간즈에 도착하였다. 10년 전만 하여도 버스가 윗 동네인 다람살라까지 갔으나 이제는 교통이 혼잡하여 그곳까지 운행하지 않는다. 그곳에 내려서 웬 인도인과 택시를 합승하여 다람살라 메인 스퀘어에 당도하였다.
밤새 차안에서 고통을 받아서 심신이 치쳤다. 이 이른 시간에 지친 몸으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위치도 모르는 숙소를 막연히 찾아다니려고 하니 막막하다. 그런데 웬 현지인이 다가와서 자기 숙소로 가자고 권하며 여기서 1분도 안 걸리는 곳에 위치한다고 하였다. 예전에 중국 베이징에서 마사지를 한번 받으려고 호객행위꾼을 따라갔다가 맛이 갈 뻔하여 그 후로는 해외에 나오면 설사 지옥문 입구에서 지장보살이 나타나서 같이 가자고 하여도 안 따라가기로 결심하였건만 현재 체력게이지가 바닥을 치는지라 이런 초저질체력으로는 도저히 돌아다니지 못하니 할 수 없이 따라갔다.
그런데 뜻밖에 방위치가 복도 끝이라서 조용하고 창문 밖으로는 전망이 확 트여서 멀리 산이 보이는데 풍광이 매우 뛰어나며 내부에 화장실이 있다. 숙박비도 한 달 있겠다고 하니 하루에 500루피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좋은 위치에서 그 정도면 판타스틱한 가격이다. 여담이지만 후일에 퇴실할 때까지 이불을 한 번도 교체하거나 햇볕에 말리지 않았으나 빈대나 벼룩 같은 잡벌레는 전혀 없었다.
다람살에서 머물면서 한 달 내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창문을 활짝 열고 옷을 홀딱 벗고 침대에 앉아서 7시 쯤에 해가 뜰 때까지 3시간을 결가부좌를 하며 버티었다. 여태 결가부좌를 2시간 이상 해본 적이 없었건만 3시간이 가능하였고 겨울의 새벽 공기가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으며 그것이 또한 별로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그러나 일출이 다가올수록 육체적인 고통은 극에 달하며 마음의 집중은 되지 않고 오직 해가 빨리 나와서 감고 있는 내 눈꺼풀을 환하게 비추어 주길 절실하게 바랄 뿐이었다. 드디어 해가 뜨고 눈을 떠서 태양을 마주하면 그 따사로운 햇볕이 모든 번뇌와 업장을 녹이는 듯하였다. 기나긴 고통의 시간은 금방 잊혀지고 태양을 응시하면 오직 공성적인 충만감 뿐….
그 순간 태양과 내가 하나가 되는 무아지경을 느끼기보다는 도리어 내가 살아있다는 혹 깨어 있다는 존재감이 더욱 강렬하게 솟구치며 내면에 잠재하는 참된 자아가 발현되는 듯하다. 무아(無我)보다는 역시 진아(眞我)를 증득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명상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가지고 간 옷을 모두 껴입고 이불을 덮는다. 명상 중에는 전혀 느끼지 못한 한기가 한꺼번에 밀려들어서 이불 속에 온몸과 이빨을 덜덜 떨어야 했다. 이러다가 저체온증으로 죽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였으나 뚬모호흡을 하며 몇 분이 지나면 겨우 진정되었다.
아침이면 매일 남갈사원을 찾아가서 앉아서 명상하고 끝나면 달라이라마 관저로 가서 그곳 입구에 놓여있는 벤치에 앉아서 달라이라마와 영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벤치에 앉자마자 곧바로 달라이라마가 영적으로 나타나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영적인 감통으로 인하여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단지 대화 자체가 좋았다. 누구와 이렇게 영적인 대화를 지속적으로 나눈 것은 처음이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영적으로 나타난 달라이라마가 이르길 전생에 나에게 수행적인 빚을 진 것이 있으니 이번 생에는 나를 도와주겠다고 하였으나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그런 반대급부를 바라고 달라이라마를 찾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적인 대화를 한 번도 나누어 본 적인 없는 자는 아마도 이 사실을 믿을 수도 믿기지도 않으리라.
남갈사원을 나와서는 매일 코라를 돌고 가끔은 박수폭포를 찾아가서 그 계곡 밑의 바위에 앉아서 명상을 하였다. 그 계곡은 산세가 웅장하며 높은 곳에 위치하는 박수폭포에서부터 내려오는 기운이 엄청나다. 청량한 산바람을 맞으며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명상하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고 기분이 너무 상쾌해진다.
매일 오고 싶었으나 그것은 사치인 듯하여 자제하였다. 돌이켜 보니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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