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가을, 장가계를 가려고 인천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는데 웬일인지 거의 2시간이 연착되었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하며 기분이 영 안 좋다. 저녁시간에 장가계에 도착하여 공항 밖으로 나오자 택시 호객꾼들이 개떼같이 몰려드니 정신을 수습하기 어렵다.
오늘 곧바로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한 국립공원 근처 숙소로 가려면 1시간을 이동해야 하는데 밤이 되니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500위안, 400위안, 300위안” 하고 외치는데 누가 “200위안” 하길래 그 택시를 탔다.
그런데 이 택시 기사가 한참을 달리다가 도로를 벗어나서 인적 없는 비포장 산길에서 차를 멈추고 갑자기 시동을 꺼버린다. 그러고는 어딘가에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 내가 항의를 하였으나 “팅부동”이라고 외치기만 한다. 오자마자 다 털리고 갈 바닥에 나앉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되고 두려웠으나 이번에도 역시 배꼽에서부터 뜨거운 불기둥이 솟구치며 사대천왕이 삥 뜯으러 찾아와도 겁나지 않을 충만한 자신감이 생겨난다.
잠시 후에 웬 자가용이 오더니 웃통을 벗은 자가 내린다. 밤이라서 가까이에서 보니 온몸을 문신으로 도배하였다. “조폭이구만. 자슥…. 문신 한번 촌스럽기도 해라. 똥배가 나온 주제에 웃통을 벗고 설치다니 쪽팔리지도 않나?” 이런 생각을 들면서 그 위급한 상황에서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두 사람이 뭔가를 의논하고 있는데 돌연히 그 으슥한 숲길에 웬 오토바이가 나타나며 낌새가 이상했던지 지나가다가 멈춘다. 역시 나는 항상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자동으로 구원의 손길이 뻗친다. 100위안을 흔들며 “장가계 국립공원”을 외치니 그 정황을 눈치채고 태워주겠다고 한다. 그 택시 기사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50위안을 던져주고 오토바이 뒤에 배낭을 매고 탔는데 마침 평상시와 달리 가벼운 배낭을 휴대하였기에 힘들고 불편하지만 견딜만하였다.
다음 날 천자산에 올라가니 안개로 인하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경치 구경하려고 여기 온 것이 아니니 상관없다. 오히려 관광객이 별로 없으니 조용해서 좋다. 절벽 앞에 자리 잡고 앉아서 명상하니 그 기운이 대단하여 공중부양할 것만 같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눈을 떠 보니 웬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내 옆에서 반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다.
그다음 날부터 날씨가 개였는데 케이블카를 타려고 3시간을 줄 서서 기다리며 올라 간 천문산, 십리화랑, 장가계 대협곡, 황석채 등 주변의 장엄한 자연경관을 전부 둘러보았으나 장가계하면 맨 먼저 안개 속에서 명상했던 그 기억부터 떠오르며 그때가 가장 좋았고 느낌 또한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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