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비록 지금은 휴화산이나 후지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기운을 받기 위하여 일본 도쿄로 출발하였다. 후지산은 해발 3,776m로서 예로부터 일본의 상징이자 고대 신앙적인 대상이 된 영적인 산이다. 그리하여 등산로 초입부터 사람들이 북적거리는데 등산로는 잘 정돈되어 있었으며 또 변화막측하여 등산의 피로감과 지루함을 달래 주기에 충분하였다.
또한 깔쌈하고 세련된 것을 좋아하는 미적감각이 뛰어난 일본답게 후지산 또한 자연미를 살린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8고메 산장에 도착하니 벌써 날이 어두워지려고 한다. 그 산장은 크고 넓은 방에 남녀가 혼숙하는데 다만 남녀를 함부로 섞지 않고 성별로 자리 배치를 절묘하게 한다. 그런데 무슨 포로수용소도 아니고 드러누우니 옆 사람과 어깨가 거의 닿는다.
몇 시간 눈을 붙이고 새벽에 기상하여 정상을 향하여 출발하였는데 정상의 뷰포인트에서는 일출을 보기 위하여 사람들이 몰려 있다. 나는 일출에는 큰 흥미가 없는지라 그 뒤편에 있는 분화구로 갔다. 웅덩이가 깊게 파인 엄청나게 큰 분화구이다.
여담이지만 나는 원래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또 스마트폰이 아니라서 예전에 명상수행을 다닐 때의 사진은 없다. 다만 최근 5년 전부터 스마트폰에 풍광을 담기 시작하였으니 이전의 멋진 장면은 오직 내 기억 속에 간직할 뿐인 것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요즈음에는 다소 아쉽다.
등산객들은 모두 일출에 정신이 팔려서 그 분화구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호적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명상에 들었다. 일출이 되었는지 햇빛이 감은 눈에 비치는데 마치 분화구에서 마그마가 솟구치는 것 같은 주체하기 어려운 강력한 에너지가 온몸을 휘감는다.
과연 일본을 대표할 만한 천하의 명산이다. 이곳의 기운은 특히 강렬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명산이 있다면 보다 많은 걸출한 인물이 배출되었을 텐데 아쉽다. 굳지 견줄만한 산이라면 지리산을 들 수 있지만 그 규모나 영적인 기운이 후지산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