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초, 몽골의 성산(聖山)이라고 알려진 해발 2,256m의 체체궁산을 갔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체체궁산을 홀로 가려면 우선 LAVAI버스터미널로 가야 한다. 아침에 준모드행 버스가 8시 15분에 출발하는데 직행으로 45분이 소요된다.
버스터미널(그냥 공터에 매표소가 하나 있으며 매우 작음)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옆에 아주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주인에게 만즈쉬르사원(1,640m)을 간다고 하니 자가용을 불러 주었는데 아마 거의 왕복 4시간이 걸린 듯하였다. 갈 때 12000투그륵에 올 때 다시 12000투그륵으로 5시에 픽업 받아서 돌아오니 마침 버스정거장에 울란바토르행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막상 산에 도착하였으나 등산안내표지판도 없고 주변에 마을도 없으며 또한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다. 등산입구를 찾지 못하고 10여 분을 헤매다가 직감에 의존하여 오솔길로 들어갔는데 넓은 들판을 지나자 다행히 등산로가 나온다. 올라가는 도중에도 역시 안내표지판은 전혀 없고 단지 나무에 화살표와 더불어 일련번호가 표시되어 있었다. 인공미를 배제하고 자연스러움을 살린 센스가 돋보인다.
그리 유명하다는 산인데 어찌 올라가는 도중에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였으며 사람의 때가 묻지 않는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듯한 이 원시림을 마치 전세를 낸 듯 홀로 한적하게 거닐었다. 세상에 태어나 숲이 주는 평온함과 신비함을 모두 온전하게 느낀 건 이곳이 처음이다.
그 느낌과 분위기가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과 매우 비슷하다. 다만 킬리만자로산은 이미 상업화되어 수많은 등산객들이 모여들며 또 주어진 등산로를 따라 가이드와 함께 줄을 서서 걸어 올라갔으나 체체궁산은 달랐다. 또한 이곳은 미국 세도나에서 받은 강력한 볼텍스가 느껴지니 과연 천하의 성산(聖山)이다.

사원이 고즈넉한 것이 주변의 풍광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아무리 화려하여도 주변과 겉돌면 좋지 못하다. 큰 나무가 바람을 강하게 맞는 것과 같이 사람 또한 걸출 나면 뭇사람의 시기와 질투를 받게 마련이다.

조금 올라가니 호수가 보인다. 그리 큰 호수는 아니지만 이 체체궁산의 정기(精氣)를 머금은 듯하여 앉아서 명상하니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막상 정상에서 자리 잡고 앉아서 명상하니 이곳은 여느 명산과 달리 포근한 느낌이 없고 무속적인 드센 기운이 강하다. 그 기운이 마치 태백산 천제단이나 지리산 영신대와 비슷하다. 기공수련자, 퇴마사, 무속인이 와서 기도하면 아마 강력한 에너지를 받을 듯하다. 이 산은 천기(天氣)보다 지기(地氣)가 강한 듯하다.
이 정상은 웬지 나하고는 기운이 맞지 않는 듯하여 얼마 후 자리에서 일어나서 하산하였다. 하산 도중에 숲길의 벤치에 어디서 왔는지 웬 서양여자가 혼자 드러누워 있다. 이 인적 없는 깊은 숲속에 뭐지? 나를 보더니 긴장하지도 않고 반갑게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넨다.
요즈음 여자들은 겁도 없네. 이 으슥하고 깊은 숲속에 혼자 누워 있다가 기다렸다는 듯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아는 척을 하니 혹 잡신이 들린 줄 알고 내가 놀랐잖아. 어디 아프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대답하여 곧바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孤鳳정사 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