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마애불이 있는 스와트로 가는데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서 합승택시를 탔다. 처음에는 뒷좌석에 3명이 타고 앞에는 한명이 탔는데 중간에 가면서 인원이 불어나더니 급기야 앞좌석에 두 명이 앉고 뒷좌석에는 5명을 구겨 넣었다. 목적지까지 4시간을 가야 하는데 도가 지나치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조금 가다가 한명을 더 태우려고 한다. 이 택시기사가 지금 제정신인가 싶었는데 내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일어나더니 뒷 트렁크 문을 열고 그 바닥에 앉는다. 도로상황도 좋지 않은데 뒷좌석에 앉아서 그 상태로 4시간을 달리니 나중에는 피가 통하지 않아서 몇 번이나 몸에 쥐가 났다. 중간에 내리는 사람도 없고 매우 고통스러웠으나 트렁크에 앉아있는 자를 생각하며 그나마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스와트에 도착하여 마애불로 가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저렴한 가격에 자가용을 흥정하였다. 대중교통수단이 없다는 것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다는 것인데 과연 첩첩산중으로 계속 달리더니 웬 으슥한 계곡에 도착한다.
마애불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산에 올라가려고 하는데 그 지역을 지키는 군인들이 여기는 탈레반이 출몰하는 곳이라서 위험하니 자기들이 에스코트해야 한다면서 두 명이 총을 메고 따라와서 자연스럽게 마애불로 안내하였다. 그런데 헤매지 않고 마애불을 찾은 것은 좋았으나 이 넘들이 기다리니 장시간 명상하긴 틀린 것 같다.
마애불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마치 원시림에 온 듯 편안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강력한 기운이 들어오며 온몸이 짜릿하다. 역시 강력한 기운은 바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세계 어디서나 공통적인 것 같다. 텐트치고 최소한 며칠은 머물면서 수행하고 싶은 천하의 명당이다.
이 마애불을 방문하기 위하여 그 고생을 한 것이 전혀 후회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경주 남산 마애불, 강화 보문사 마애불, 선운산 도솔암 마애불, 월출산 마애불 등이 있으나 이곳과 견줄만한 곳은 없는 것 같다. 만약 기회가 주어지면 반드시 다시 오리라 다짐하며 하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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