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히말라야의 산기슭에 있는 작은 마을인 강고트리는 힌두교 성지로 유명한데 해발 3,040m에 있는 그곳에서 좀 더 올라가면 해발 4,300m에 위치하는 “타포반”이라는 곳이 있으며 그 곳에는 마침 성자라고 알려진 힌두교 사두가 또한 수행하고 있다고 하니 한번 가보려고 인도로 향했다.
리시케시에서 버스를 타고 15시간을 가야 하는데 미처 버스표를 예매하지 않아서 버스의 맨 뒷자리 뿐이었다. 초 여름인데 에어콘도 없는 버스의 뒷자리의 창가쪽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으려니 정차한 상태라 바람이 불지 않아 몇 분도 채 안되어 땀으로 샤워를 하였다.
이런 형태로 15시간을 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차장이 와서 그 창가 쪽은 이미 예약되어 있으니 한 가운데로 자리를 옮기라고 한다. 억…이건 울고 싶은데 빰맞는 꼴이다.
그 좁은 좌석의 양 쪽으로 사람들이 앉으니 몸이 샌드위치같이 끼여서 땀이 비오듯이 한다. 타포반이고 나발이고 그냥 버스에서 내리고 싶었으나 그래도 명색이 수행자인데 체면면피는 해야겠기에 참았다.
그런데 버스가 막 출발할 즈음에 차장이 내게 와서 운전석 바로 뒤에 예약석이 취소되었으니 그리로 자리를 옮기라고 한다. 게다가 그곳은 창가쪽 좌석이다. 그럼 그렇치…. 나는 살아 오면서 항상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내가 구차하게 남에게 매달리지 않더라도 어디선가 구원의 손길이 자연스럽게 뻗쳤다.
버스는 굽이굽이 좁은 절벽길을 끝없이 달리는데 이건 마치 서커스나 스턴트하듯 아슬아슬하게 운전한다. 매 년 차량이 몇 대씩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고 하는데 이리 운전하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강고트리로 가는 도중에 앞서 가던 버스 한 대가 벌써 천길 낭떠러지에 떨어져서 드러누웠으며 우리 버스 또한 몇 번이나 마주오던 차량과 충돌할 뻔 하였다. 강고트리에 가까워지니 갈수록 쓰릴이 넘친다.
강고트리에 도착하여 갠지스강의 발원지라고 알려진 강고트리의 강에서 좌선하고 명상을 하니 2시간이 고통없이 그냥 지나간다. 많은 국내외의 강이나 바다에서 명상을 하였지만 이런 기가막힌 강은 처음이다. 과연 성지답다. 왜 수 많은 힌두교인들이 성지순례 랍시고 1주일 이상을 걸어서 찾아오는지 짐작이 간다. 이 정도면 기어서라도 올 만 하다.
타포반 가는 길은 전혀 알지 못하니 할 수 없이 가이드를 구하여 같이 갔는데 이건 안내판도 없고 심지어 사람이 다니는 길도 눈에 잘 안 띄며 매우 험란하다. 혼자 왔으면 조난당하기 딱 좋은 곳이다. 그러나 가끔 신비스러운 빙하와 계곡물이 흐르는 것이 보이는 가르왈 히말라야의 풍광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멋지다.
타포반에 힘겹게 도착하니 평지였으며 성자가 머무는 텐트 주변에는 다른 텐트가 몇 개 설치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며칠 머물면서 명상하려고 가이드를 먼저 혼자 내려보내고 사람들이 성자라고 칭하는 자의 텐트에 들어가니 마침 다른 힌두교 사두가 같이 있었는데 나를 보더니만 말을 걸어온다.
저 성자는 자기의 도반인데 주위에 다른 수행자들은 겨울이 되면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다들 내려가나 홀로 15년 째 이곳을 지킨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근엄하게 자기는 수행자이면서 또한 의사이기도 하다고 은근히 자기과시를 하길래 내가 놀려 주려고 짐짓 진지한 척 “혹시 마사지도 할 줄 아느냐?”고 물으니 그 소리를 듣고 배꼽을 잡고 웃더니만 그 말을 성자한테 전하니 위엄있게 앉아있던 성자 또한 웃음을 터트려서 장중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산밑에는 무더운데 이곳은 야밤에 텐트의 바닥에 모포를 5장을 깔고 5장은 덮고 오리털파카에 침낭까지 뒤집어 쓰고 누웠는데도 혹독한 추위에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게다가 고산병으로 머리가 깨질듯하여 수면도 명상도 할 수가 없었으며 밤새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그 참기힘든 추위와 두통 가운데 명상하면서 문득문득 찾아오는 그 고통에 비례하는 짜릿한 삼매는 너무도 깊고 강렬하였다. 역시 고통과 희열은 서로 넘나드는 한 뿌리인가 보다. 고개를 들어서 밤하늘 올려다 보니 천공에 떠 있는 무수한 별들이 어쩜 그리도 맑고 빛나는지 그 별빛이 내면의 번뇌와 육체적인 고통을 녹여주는 듯하였다.
다음 날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서 하산인사를 하려고 그 성자를 찾아갔는데 나는 평생 그 성자같이 내면 깊숙히 고요함과 평온함을 지닌 맑은 눈동자를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마치 종교 명화속에 등장하는 인물 같았다. 그 당시에는 나는 뚬모를 몰랐으나 그 성자는 아마 쿤달리니 요가의 대가였기 때문에 난방시설도 없이 겨울의 그 혹독한 추위를 견뎠을 것이다.
가지말고 며칠 더 같이 생활하자고 말렸으나 워낙 춥고 고산병에 시달린지라 문수보살이 하산을 말려도 뿌리칠 판이다. 요즈음은 뚬모수행을 하는지라 그 정도 추위에 기백이 꺾이지 않으니 다시 한번 찾아가고 싶으나 가는 여정이 너무 멀고 험하여 차마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산과 달리 특히 타포반은 늘 가슴에 담고 있으면서 그리워한다. 비록 육신은 여기에 있으나 마음은 그곳에 앉아서 명상하곤 하는데 아무튼 하루만에 찝찝하게 하산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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