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태백산에서 100일 기도를 한 적이 있었다. 100일 동안에 단 하루도 빠짐없이 6시간 이상을 기도하였는데 정작 힘들었던 것은 몸의 고달픔이 아니라 각 종 인간들에게 받는 스트레스였다. 이 또한 인욕과 하심을 기르라는 신불의 뜻이였을 것이다.
매일 밤 자다가 깨서 후레쉬를 켜지 않고 강시처럼 끄덕거리며 천제단에 올라가는 것이 몹시 부담스러웠지만 기도가 마친 후에 드러 누워서 밤 하늘의 북두칠성과 은하수를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자 위안이었다. 태양빛이 광속으로 지구에 도달하는데 8분이 걸린다고 하니 우리는 태양이 사라지고 8분이 지난 후에나 이를 알아 차리게 된다. 그러니 태양보다 훨씬 더 멀리 있는 저 무수한 별들 중에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별도 많을 것이다.
따라서 세상은 단지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며 우리가 눈으로 보아도 관심이 없는 것은 뇌로 전달되지 않아서 금방 잊어버린다. 신의 존재 또한 그러하여 깊고 절실한 믿음이 없으면 우리 곁에 항상 머물고 있어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신에 대한 그 믿음이 무엇인가를 구하거나 주기를 바라는 것이면 안 되며 믿음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 또한 신제자나 구도자는 명성과 재물 혹은 신통력이나 깨달음을 얻기를 서두르지 않아야 하며 먼저 가난을 배워야 한다.
기도하지 않는 나머지 시간은 주역공부를 하였는데 산의 기운을 받으니 마음속에 터득하는 바가 남다르다. 어느 날 비가 올때 산신각 뒤에서 기도를 마치고 가지고 간 대금을 불고 있었는데 등산객 부부가 그 대금소리를 잘 들었다면서 김밥 한 줄을 권하길래 “괜찬습니다”라고 말하려고 하였으나 생각과는 달리 “꽤.. 잘 먹겠습니다”라는 말이 튀어나오며 두 손으로 받아 챙겼다. 요사이 조금 굶주렸더니만 걸신이 들렸나?…ㅎ
100일 동안 천제단에 제물은 고사하고 물 한잔 올린 적이 한번도 없었건만 천제단에서 많은 무상설법을 들었으며 하산 직전에는 딱 한번 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들었다. 그것은 바로 “너는 x도 아니다”였다.
회향하는 날 작별을 고하려고 먼저 장군단을 갔는데 돌연히 눈물이 앞을 가리며 하염없이 흘러 내린다. 그러다가 오열과 통곡으로 이어졌다. 거의 30분이나….. 그 힘든 2년 반 동안의 군대생활을 마치고 제대하는 날도 늦잠을 잤으며 집에 가기가 귀찬은 생각뿐이었는데 내가 왜 이럴까?
비록 이번 생에서 이루는 것이 없으며, 여태 내가 노력하며 고생한 결과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미미하여 성과가 없을지라도 나의 염원이 태백산에 스며 있다가 간절하게 기도하는 기도객을 만나면 살아 숨쉬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나날과 다음 생에서도 변함없이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이 길을 걸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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