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역학공부를 독학하고 있을 당시에 속담에서 동쪽을 알려면 서쪽도 알아야 된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미래를 아는 방법은 사주외에 신점이 있는데 신점은 도대체 무엇 일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어느 무속인을 알게 되었고 어느 날 그 무속인이 밤에 남한산성으로 기도 가는데 원래 민간인(?)은 데리고 가지 않으나 특별히 배려해 줄 테니 같이 갈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마침 무속세계를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여 선뜻 제의에 응하였다. 그러나 나는 무속계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은 전혀 없었고 단지 그 세계를 한번 엿보려고 시도했을 뿐이었으며 이전에 기도나 명상은 전혀 해 본적도 없었다.
막상 산 기도터에 도착하니 적막강산에 어찌 공포영화에 나올 법한 으시시한 분위기이다. 괜히 따라왔나 하는 후회가 들었으나 이미 돌아가기에는 늦은 것 같아서 옆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런데 오색 천을 쫙쫙 찢는데 그때마다 소름이 확 돋는다. 그다음에 무슨 주문을 계속 외우는데 점점 몸이 오그라들면서 알 수 없는 공포감이 점점 밀려온다. 그리하여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자 갑자기 요령을 꺼내서 흔드는데 그 소리가 마치 상여가 나갈 때 선두에서 흔드는 요령소리같이 들린다.
그리하니 발이 얼어붙어서 움직일 수가 없는지라 요령을 그만 흔들라고 말하려고 하였으나 입술을 본드로 붙인 듯 입이 열리지 않는다. 잠시 후에는 음침하고 기분 나쁜 요상한 기운에 입안으로 서서히 들어온다. 점점 더 안으로 들어오며 가슴을 통과하여 복부로 내려오니 문득 나는 이제 끝났다는 절망감이 엄습한다.
그 순간 배꼽에서 뜨거운 불길이 회오리치더니 불기둥으로 변하며 몸 안으로 들어온 그 음산한 기운을 일순간에 밀어내며 입 밖으로 나와서 온 하늘을 뒤덮는 듯하였다. 정확히 그 찰나에 무속인이 요령을 흔들다가 멈춘다.
요령을 멈춘 그 타이밍이 너무 기가 막히게 일치하여 왜 요령을 멈추었냐고 물으니 다소 겁에 질려서 떨리는 목소리로 갑자기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기운이 자신을 덮쳐서 그랳다고 대답한다. 그 당시에는 왜 위급한 순간에 하필 배꼽에서부터 그런 불기둥이 솟구쳤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는 전생의 수행으로부터 온 뚬모의 신통력이었다. 아마 뚬모의 본존은 자비의 화신이 아니라 분노존(忿怒尊)이기 때문에 감당키 어려운 강렬하고 무시무시한 기운이 뻗쳤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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