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오른쪽 어깨 통증이 심하여 매일 파스를 붙였으나 효과가 없고 취침 시에 누우면 어깨 통증으로 자세를 바꾸지 못했는데 나중에는 통증이 팔로 퍼지더니 급기야 손끝에 마비가 와서 감각이 없다. 이러다가 온몸으로 신경마비가 번지는 것이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 되었으나 병원은 찾지 않았다. 만약 전신마비가 오면 그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리라…
그러다가 문득 “밀레라빠 십만송” 중에 뚬모수행으로 인하여 추위뿐만 아니라 더위도 두렵지 않다는 글귀가 생각이 났다. 내가 아는 뚬모는 배꼽에서부터 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체온을 상승시키며 추위를 몰아내는 것인데 더위는 무슨 수로 이겨낸단 말인가? 나도 한번 시험 삼아 흉내를 내보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여름이면 한증막 같은 이 옥탑방에서 에어컨을 켜지 않고 부채를 부치며 견디었는데 뚬모를 할 때는 땀으로 방석이 축축해지며 방바닥까지 흐른다. 밤에 잠을 청하려고 드러누워 있으니 도저히 부채를 부치지 않고는 더워서 못 견디었고 그리하여 에어컨 리모컨을 계속 만지작거리다가 내던졌다. 이왕 시작했으니 열사병으로 죽더라도 한번 끝까지 버텨보리라. 어차피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해야 하니 삶뿐만 아니라 죽음 또한 나의 손님 아니던가? 그렇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에 겨우 두세 시간 잠이 들며 3일을 보냈다.
그런데 4일째부터 더위에 익숙해지면서 잠도 잘 오고 또한 뚬모 중에도 땀이 덜 흐르길래 배꼽을 만져보니 배꼽 부위가 얼음같이 차갑지 않은가? 배꼽에서 나오는 냉기가 몸으로 퍼지며 더위를 진정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신기하다. 어찌 이런 일이 다 있나? “설마 그럴 리가” 하며 신심이 부족하여 밀라레빠를 의심했던 것이 정말 죄송스럽다.
그 잠 못 드는 밤에 심심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문득 서양에서 수차례 놀라운 신통력을 발휘했다는 16대 까르마빠의 사리가 안치된 시킴의 룸텍사원에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아무런 기대하지 않고 마일리지 항공권을 체크하였는데 마침 가을에 내가 원하는 날짜에 왕복항공권이 있었다. 그전에 아무리 검색해도 없었는데 누가 갑자기 취소했나 보다. 그리하여 인도로 갈 수 있었는데 그냥 걸어도 어깨 통증이 심한데 무거운 배낭을 어깨에 짊어지고 돌아다니니 절로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진다. 그렇다고 수행자를 자처하면서 차마 캐리어를 끌고 다니고 싶지 않았다.
3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를 괴롭히던 어깨 통증은 시킴의 룸텍사원에 도착하니 최고조에 달하여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 참지 못할 정도로 너무 아프니 당장 귀국하여 병원부터 찾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계속하였다. 그러다가 룸텍사원 내에 까르마빠의 유골이 안치된 황금스투파를 만져 볼 기회를 얻었는데 황금스투파는 삼면을 유리로 막았으나 묘하게도 정면은 개방되어 있었다.
그래서 스투파에 어깨 통증이 있는 손을 갖다 대고 기도하였는데 그날 밤 명상 중에 여태 한번도 체험하지 못한 황홀한 삼매에 들면서 몸이 너무 편안해졌다. 그러고 나서부터 통증이 점차 누그러지면서 일주일이 지나니 통증은 완전히 없어지고 지금은 내가 언제 그리 장기간 아팠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생전에 16대 까르마빠는 자신과 인연이 깊은 자이면 꿈을 통하여 질병을 고쳐주었던 것으로 유명한데 열반에 든 후에도 그러한 신통력을 보여 주신 것 같아서 정말 놀랍고 삼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엄살 부리지 말고 더욱 정진하라는 격려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언제든지 흔쾌히 떠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며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