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거주하는 곳은 오래된 단독주택이라서 겨울철이면 웃풍이 심하다. 그리하여 예전에는 겨울이면 아침에 따뜻한 물로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고나서 욕실을 나오면 곧바로 한기가 느껴지니 방 안에서 전기난로를 틀고 머리를 말렸다.
그러나 뚬모수행을 한 후부터 이제는 찬물로 머리를 감으면서 샤워를 한다. 찬물은 거의 얼음물 수준이니 물을 접하면 처음에는 온몸이 으스스 하지만 곧바로 온몸에서 열이 나며 찬물에 저항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천성적으로 감기에 약한 채질인데 이는 집안 내력이다. 겨울이면 감기약을 품고 살았으며 여름에도 감기로 고생하였으나 이제는 감기약이 필요 없게 되어 미리 쟁겨둔 감기약의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렸다.
대개 나이가 들수록 추위를 강하게 느낀다는데 아마 체질이 바뀐 듯하다. 추측건대 북극 곰도 이리 몸에서 열이 발산되어 체온이 올라가니 추위에 강할 것이다. 몸에서 열이 나지 않으면 추위를 무슨 수로 이겨 낼 것인가?
우리의 몸은 참으로 간사하고 배은망덕하다. 평소에 그리 잘 보살펴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끝없이 욕심을 부리고 자신의 수요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것을 집요하게 요구한다. 그러다가 더 이상 불만이 없을 만하면 때론 음탕한 상상력에 불을 지피기도 한다. 세월의 도전 앞에 자유롭지도 못한 주제에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려고 든다.
어차피 때가 되면 반납해야 될 육체에게 공을 들이고 아낄 필요가 없다. 육체는 불멸의 정신에 종속되어 지배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그 끝없는 육체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 주기보다는 때론 육체를 험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어차피 고통 속에 쾌락이 있고 쾌락 중에 고통이 찾아오는 법이다.
만일 SM취향을 선호하면 몰라도 그것이 아니라면 매너리즘에 빠져 육체에게 이끌림을 당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육체를 길들이려는 시도가 힘들지만 더욱 보람되고 값질 것이다. 나는 때론 얼치기 수행자의 삶이 지겨워서 어서 자연사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몸과 얼굴이 좀처럼 쉽게 늙지 않는 것을 보니 빨리 늙어 죽는 것 또한 내 팔자가 아니며 또 사치인 것 같다. 좀 더 개고생해야 하늘이 허락할 듯하다.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데 시간과 금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삶에 여유가 있는 자들은 이러한 내가 부러울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단지 수행하다가 죽을 각오로 임하면 자연히 삶에 대한 집착은 없어지고 도리어 쉽게 늙거나 아프지 않는 내성이 생긴다.
일상용어 중에 열에 관련된 표현이 많다. 화가 나면 열받는다고 하며, 흥분하면 또한 열이 나며, 긴장해도 열이 나며, 쾌락을 느껴도 열이 나며, 감격해도 열이 나며, 신이 나도 열이 나며, 오르가즘을 느껴도 열이 나며, 더구나 체온은 사람의 생명까지 좌지우지한다.
만일 열을 다스리는 법을 익히면 이는 자신만의 전유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열기를 점차 퍼뜨릴 수 있고 또 그 열기로 인하여 타인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힌두교의 시바신은 원래 파괴의 신이지만 파괴할 수 있는 자는 창조도 할 수 있다고 믿기에 인도에서는 최고의 신으로 널리 숭배되고 있다. 바로 그렇다. 이와 마찬가지로 체온을 올릴 수 있는 자는 응당 내릴 수도 있다. 그리하여 뚬모수행을 하면 추위뿐만 아니라 더위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