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가을 태백산 천제단에 올라가서 청명한 가을 햇빛 아래에 앉아서 뚬모 호흡을 하던 중에 단전에서 뜨거운 불기둥이 솟구치며 이와 더불어 감은 눈 전체가 강렬한 붉은 빛으로 뒤덮인다. 그리고 둘도 없는 대락(大樂)이 느껴지니 그 상태가 너무 좋아서 그대로 있었는데 대충 30분이 지나갔다.
내려와서 보니 신체 중에 햇볕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부분 즉 목덜미, 발목, 손목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옛 위대한 라마는 햇볕 아래에서 뚬모를 행하는 것을 금지하였는데 진정한 뚬모의 난열은 뜨거운 태양 아래에 잠깐 동안 걸어가더라도 믿을 수 없는 통증을 느끼게 만들며 마치 몸이 화염에 휩싸이거나 혹은 끓는 물속에 있는 것과 같게 한다고 하였다.
나의 경우는 통증은 전혀 느끼지 못하였으나 초 가을의 선선한 날씨의 태양 아래에서 겨우 30분 만에 오히려 심한 화상을 입었으며 화상 연고를 아무리 발라도 한달이 지나도록 낫지 않는다. 여태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이제는 태양 아래에서 뚬모의 보병기 수법을 행하는 것이 자못 두렵다. 이 뚬모는 스승이 없이 자득한 것이라서 다음 단계는 어떤 정황이 펼쳐질지 그리고 내가 현재 어느 경지에 도달해 있는지 정확히 알려 줄 자가 없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며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기수련이나 명상센터를 열어서 누굴 가르칠 것도 아니고 또한 더 이상 최고의 높은 경지에 오르고자 하는 욕심도 없다. 다만 희망이 있다면 보다 치열하게 수행하여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내 영적인 파장으로 인하여 주변 사람들이 보다 마음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는 여태 살면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많았고 땅을 내려다보니 보람된 일을 한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뚬모적인 영열(靈熱)은 단지 자신의 체온을 올리고 내려서 추위와 더위를 견디는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뚬모의 난열로 인하여 번뇌장과 망상을 불태우고 소멸시켜 공성의 지혜를 얻을 수 있고 또 자신이 체득한 영적인 에너지를 상대방에게 줄 수 있다고 전해진다.
대개 불길은 욕망을 상징하나 뚬모적인 영열은 도리어 그 불을 활용하여 대락(大樂)과 공성(空性)을 얻게 된다. 또한 성욕은 금기시하고 철저하게 조복시켜야 할 대상이나 뚬모수행은 오히려 이를 관상함으로써 수행의 방편으로 삼으니 여느 수행 방법과는 다른 점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