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창문과 방문을 닫고 물을 마시며 3박 4일을 견디었다. 방안의 온도계가 섭씨 35도를 가리키는 걸 보니 아마 체감온도는 38도 정도 되리라. 거의 사우나 한증막 수준이다. 끊임없이 땀이 온몸에서 흐른다. 식사를 하지 못하고 더위를 먹으니 힘이 없어서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자꾸 드러눕게 된다.
고온의 밀폐된 공간에서 장기간 있으면 온열질환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하니 만약 이 더위를 이겨내는 뚬모의 공력이 없다면 나는 아마 이대로 혼절하여 죽을 것이다. 명상을 하려고 좌선을 하여도 몸이 힘드니 마음의 집중이 되지 않는다. 방바닥까지 흘러내리는 땀을 수건으로 계속 닦아내며 오직 내면과 응시하려고 온종일 방안의 불을 끄고서 앉다가 누웠다가 하면서 버티었다.
3일째, 죽음과 직면하게 되니 과거에 겪은 사소한 일까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어지러워서 쓰러지며 잠들기를 수차례…. 하루 내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리 힘들게 앉아 있는데도 시간은 이상하게도 너무 잘 간다. 아마 비몽사몽간에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리라.
밤까지 열대야가 계속되니 더위로 인하여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그때마다 몸을 일으켜 잠시 앉아서 뚬모를 하고 누우면 갑자기 손발에서 한기가 느껴졌고 이 기운이 온몸으로 서서히 퍼지면서 더위를 식혀준다. 아마 이 힘으로 내가 지금까지 버티었나 보다.
드디어 4일째가 되니 문둥병 환자같이 온몸의 피부에 빨간 점과 땀띠가 생겨나 점점 커지면서 곯으려고 한다. 3박 4일을 이 폭염 속에 있어도 죽지 않는 것을 보니 더 이상 이런 상태로 있는 것은 자학 내지는 자기고문에 불과한 것 같다.
하루 종일 굶으면서 그 힘든 나날들을 보냈건만 마치 며칠 다이어트한 것 같이 아무런 감흥도 없고 또한 건진 것이 없으니 역시 난 어쩔 수 없는 하근기인가 보다. 바로 몸을 수습하여 집을 나섰는데 버스와 지하철의 빵빵한 에어컨 바람이 너무 상쾌하다. 이건 마치 삼매에 든 기분이다.
나는 어쩌면 평생 이룰 수 없는 꿈을 오히려 삶의 목표로 삼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비록 이 길을 가는 것이 미련스럽고 어리석을지라도….